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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에는 ‘웃는 돌고래’ 상괭이가 산다

신공항 건설 예정지 가덕도를 가다…멸종위기종인 작은 돌고래 ‘상괭이’와 100년의 숲
등록 2021-04-17 19:35 수정 2021-04-21 13:03
그래픽 장광석

그래픽 장광석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발의 석 달 만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1월26일, 야당 국민의힘은 11월20일 발의했고, 2021년 2월26일 의결했다. 약 15년간 국토교통부와 영남권 지방자치단체, 국무총리실까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놓고 벌인 소동이 무색하다.
가덕도는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2020년 11월17일 국무총리실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 발표가 계기였다. 검증위는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은 안전, 시설 운영·수요, 환경, 소음 분야 등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김해 신공항보단 가덕도 신공항이 낫다’는 얘긴 아니었다.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 적정성에 대한 최신 평가는 2016년 6월 국토교통부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에 담겼다. 평가 결과 가덕도는 김해, 밀양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다. ‘왜 가덕도냐’는 물음에 논리적인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자리를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명분이 대신할 뿐이다.
답변이 논리적이지 않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가덕도란 무엇인가?’ 그 답을 찾아 2021년 4월7~9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의 산과 바다, 마을과 역사유적을 둘러봤다. 100년 된 동백 자생 군락지와 극상림(궁극의 숲·식물군락이나 종이 변천을 거듭하다가 그 지점 생태 조건에서 장기간 안정을 지속하는 단계로 접어든 숲), 앞바다에 사는 해양보호생물 상괭이(토종 돌고래), 고려~일제강점기 역사유적, 대대손손 고기잡이로 생업을 이어온 대항마을 주민들을 만났다._편집자주
2021년 4월9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과 국수봉 일대. 최근까지 부산시가 설명한 공항 건설 예정 부지다.

2021년 4월9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과 국수봉 일대. 최근까지 부산시가 설명한 공항 건설 예정 부지다.

부산 가덕도 남서쪽 앞바다에서 헤엄치는 상괭이.

부산 가덕도 남서쪽 앞바다에서 헤엄치는 상괭이.

2021년 4월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열린 날, 부산 가덕도 대항동 대항전망대에 갔다. 그 아래 대항항, 국수봉 자락, 바다를 내려다봤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여기에다 공항을 짓는다고?” 그 고요한 포구, 넓은 바다, 좁은 땅에 약 3.5㎞ 활주로가 들어선다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 후보(현 부산시장)도 그곳을 다녀갔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국회 본회의(2월26일) 통과를 하루 앞두고 가덕도를 시찰했다. 박 후보는 유세 마지막 날 대항전망대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고 박 후보는 “파이팅”을 외쳤다고 한다.

가덕도는 부산광역시 서남쪽 끝에 있다. 연륙도다. 동쪽 가덕대교를 건너면 부산 육지에, 서쪽 거가대교를 건너면 거제도에 닿는다. 부산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약 21㎢)은 서울 도봉구나 용산구와 비슷하다. 섬 모양은 꽃다발처럼 생겼다. 최근까지 부산시가 설명한 공항 건설 예정 부지(이하 ‘신공항 예정 부지’)는 가덕도 남서쪽 대항항 앞바다부터 남동쪽 국수봉 일대에 걸쳐 있다.(2020년 12월 부산시 ‘가덕신공항 쟁점 설명자료’, 아래 지도 참조)

57 대 43. ‘신공항 예정 부지’ 육지 대 바다 면적 비율이다. 예정 부지 바다 수심은 최대 21m. 주변 국수봉(264.4m), 남산(188.4m), 성토봉(179m) 등을 절토한 흙으로 바다를 매립할 계획이다. 그 바다는 모두 해양생태도 1등급, 국수봉 일대는 생태자연도 1, 2등급이다. 해양생태도와 생태자연도는 법률에 따라 생태계 보전 가치를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1~3등급 중 1등급이 보전 가치가 가장 높다. 예를 들어 해양보호생물 주요 서식지면 해양생태도 1등급이다. 국토를 개발할 때는 구역별 생태계 보전 가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앞바다는 ‘상괭이네’

4월9일, 가덕도 대항항에서 12인승 유람선에 올랐다. 배는 대항항에서 가덕도 등대가 있는 남쪽으로 달렸다. 상괭이 보러 가는 길이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장인 류종성 안양대 해양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상괭이 취재에 동행했다. 서쪽 대항항~남쪽 가덕도 등대~동쪽 새바지항을 한 차례 왕복하는 일정이었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아기자기한 해식애(해식과 풍화작용에 의해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이어졌다. 대항항을 출발한 지 10분 남짓, 대항항과 가덕도 등대 중간 지점 앞바다를 지날 무렵이었다. 수면 위 반짝이는 둥근 물체를 발견했다. 물에 젖은 회갈색 상괭이 등허리가 햇빛을 받아 빛난 것이었다. 물 위로 등허리만 내놓고 유영하는 상괭이 2~3마리였다.

가덕도 앞바다에 사는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작은 돌고래다. 국내에선 서해와 남해에 산다. 한국 토종 돌고래라고 한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이자 조선 후기 문인 정약전이 1814년께 흑산도에서 집필한 국내 최초 바다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에도 나온다. 당시엔 ‘해돈어’(바다돼지)나 상광어라고 불렀다. 상괭이는 전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중동 페르시아만부터 동북아 한국·일본 연안까지 아시아에만 서식한다. 크게 두 종이 있다. 중국 중남부 해역을 기준으로, 아시아 서부 해역과 동부 해역에 사는 상괭이로 나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상괭이를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분류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도 부속서 1종(상업적인 국제거래 금지) 목록에 상괭이를 올렸다. 국내에선 2016년 9월 법률에 따라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했다(상괭이 포함해 포유류 16종). 2015년 ‘한국 서해 상괭이 개체 규모’에 관한 한 연구 결과를 보면, 국내 상괭이는 2004년 서해에 3만6천 마리가량 서식했는데, 2011년 약 70% 줄었다고 추정된다. 원인은 혼획(다른 어패류를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걸리는 일)이나 좌초 등이다.

연구팀 5개 지점에서 총 29마리 발견

상괭이는 ‘한국의 인어’라고도 부른다. 등은 지느러미가 없어 매끈하고, 몸집은 사람과 비슷하다. 다 큰 상괭이는 몸길이 170~200㎝, 몸무게 70~100㎏ 정도다. 색깔은 어릴 때 흑갈색이고 커갈수록 회백색으로 변한다.

상괭이는 가까운 바다 일정한 지역에 정주한다고 알려졌다. 연안에서 멀어야 15㎞ 이내, 수심 50m 안팎에서 생활한다. 류종성 교수는 “상괭이는 다른 돌고래만큼 빠르지 않다”며 “먼바다에서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고등어, 삼치보단 상대적으로 느린 연안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다 큰 상괭이는 어류, 갑각류 등을 먹는다.

상괭이가 사는 가덕도 앞바다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3~5월 부산 지역에서 숭어가 가장 많이 잡힌다. 가덕도 남동쪽에 숭어 떼가 지나가는 길목 두 곳이 있다. 대항마을 어민들은 약 3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 어업 방식으로 숭어를 잡았다. 무동력선 6척을 띄우고 숭어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설치하곤, 숭어 떼가 오면 어민들이 직접 그물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육수 장망 어업, 들망, 숭어들이 등으로 불렀다. 최근에는 ‘숭어들이’를 기계로 한다. 망루에서 맨눈으로 숭어 떼를 관찰하고 기계로 그물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맘때쯤 그물을 한 번 끌어올리면 숭어 5천~6천 마리가 올라온다고 한다. 여름엔 등가시치(고랑치), 겨울엔 대구가 많이 나온다. 상괭이가 이곳에 터 잡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류종성 교수는 신공항 건설이 상괭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상괭이는 다른 돌고래처럼 음파로 사물 방향을 탐지하고 의사소통한다”며 “공사 소음과 진동이 상괭이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바다가 매립되면 해류가 바뀌어 상괭이와 그 먹이 어류들의 서식·이동 경로가 흐트러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상위 포식자인 상괭이가 줄어들면 그 아래 포식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생태계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류종성 교수 연구팀 3명이 발견한 상괭이는 5개 지점에서 1~5마리씩 총 29마리로 집계됐다. 한 번은 상괭이가 물 위로 머리를 들어 올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얼굴은 제대로 못 봤다. 상괭이는 입꼬리가 올라가 웃는 표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물 위로 드러난 상괭이 얼굴을 보는 건 쉽지 않다. 류종성 교수는 “상괭이는 친화력 좋은 다른 돌고래들과 달리 내성적 성향”이라며 “물 위로 높이 점프하며 헤엄치지 않아 보통은 등만 보인다”고 말했다. 류종성 교수는 상괭이 조사를 마친 뒤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대항항 앞바다에서 드론(카메라)으로 상괭이 다섯 마리를 추가로 발견했습니다.’

가덕도 국수봉 남동쪽 골짜기에 있는 동백 자생 군락지에 핀 동백꽃.

가덕도 국수봉 남동쪽 골짜기에 있는 동백 자생 군락지에 핀 동백꽃.

부산 유일 동백 자생 군락지, 그리고 극상림

가덕도 공항을 건설하려면 바다를 매립해야 하고, 그만큼 산은 깎일 것이다. ‘신공항 예정 부지’는 국수봉 일대를 관통한다. 4월8일 가덕도 서쪽 항구 외양포 도로변에서 국수봉 탐방로로 들어갔다. 2013~2015년 제2차 부산자연환경조사 당시 부산 전 권역 식생 연구에 참여한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가 동행했다.

숲길 들머리는 참나무숲이다. 잎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날카로운 졸참나무와 줄기 껍질이 부드럽고 탄력성 있는 굴참나무가 눈에 띄었다. 홍석환 교수는 “여기가 30년 정도 된 아주 전형적인 숲”이라며 “참나무가 자라기 시작해 약 30년간 소나무들을 밀어내고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항동 마을은 1990년 전후로 참나무를 땔감으로 안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참나무숲이 형성된 시점과 비슷하다. 그 와중에 졸참나무 군락지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소나무가 있다. 수령 100~120년으로 추정되는 흉고(가슴 높이) 둘레 2m가량인 소나무들이다.

걸을수록 오래된 숲이 나왔다. 덜 간섭받아 더 나이 든 숲이다. 점점 산세가 깊어지는데다 남쪽에 군사보호시설이 있어 사람 손을 덜 탄 것이다. 가덕도 남단은 외해에서 진해 해군기지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군사시설을 두고 국수봉 남쪽 숲은 일반인 출입을 통제했다고 한다. 숲길 따라 약 50년 된 졸참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약 100년 된 개서어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크고 작은 개서어나무와 굴참나무, 고로쇠나무가 햇빛을 받아 연둣빛을 노랗게 내뿜었다. 홍석환 교수는 “이곳은 80~100년 만에 극상림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극상림이란 식물군락이나 종이 변천을 거듭하다가 그 지점 생태 조건에서 장기간 안정을 지속하는 단계로 접어든 숲을 뜻한다. ‘궁극의 숲’이라고도 한다. 홍 교수는 “극상림은 보통 200년 정도 걸려 형성되는데 이곳은 양쪽 급경사를 따라 빗물이 양분을 모으는 평지라서 성숙 단계가 빨리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 해안가에 100년 가까이 된 숲은 여기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국수봉 남동쪽 골짜기엔 수령 50~100년 된 동백 자생 군락지가 있다. 숲 6600㎡(1996.5평)에 2500그루 정도 있다고 한다. 부산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36호다. 빽빽한 동백나무 군락지 안에 들어가면 대낮에도 어두컴컴하다. 윤기 나는 동백잎과 듬성듬성한 붉은 꽃만 빛난다. 홍석환 교수는 “동·서·남쪽 사면으로 둘러싸인 오목한 지형에 동백 군락지를 형성한 곳”이라며 “부산에서 유일한 자생 동백 군락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공항 건설이 동백 군락지에 미칠 영향에 대해 “동·서·남 사면 어느 쪽이든 일부만 무너져도 군락지는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수봉 남동쪽엔 동백나무·후박나무·참식나무 상록활엽수림, 수령 100년 추정 고로쇠나무·졸참나무·느티나무·동백나무가 자생한다. 국수봉 자락 끝 해안 절벽에선 ‘세뿔석위’를 여러 차례 발견했다. 국립수목원은 ‘한국 희귀식물’ 목록에서 세뿔석위를 ‘취약종’으로 분류한다.

국수봉 남동쪽에 있는 느티나무. 성인 여성 3명이 안을 수 없을 만큼 굵다.

국수봉 남동쪽에 있는 느티나무. 성인 여성 3명이 안을 수 없을 만큼 굵다.

“최근 5개 지점 수달 배설물”

가덕도엔 멸종위기 야생생물도 산다. 2013~2015년 제2차 부산자연환경조사 당시 가덕도에선 수달(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천연기념물 제330호), 삵(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대풍란(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등이 발견됐다. 최근에도 가덕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대항항부터 새바지항까지 수달 배설물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 10년간 가덕도 생태를 조사해온 환경단체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2020년 12월부터 2021년 4월9일까지 가덕도 남쪽 해안 5개 지점에서 수달 배설물을 발견했다”며 “무인카메라 설치 등을 통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2016년 6월)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은 가덕도에 관해 이런 권고를 덧붙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가덕은 일반적인(natural) 공항 후보지가 아닌 관계로, 공사 비용이 많이 들고 시공 리스크도 높을 것이다. …막대한 양의 입지조성(산지 절토, 매립) 공사는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역 경제활동(어업)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늦게나마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가덕도(부산)=글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표지이야기-가덕도에는 상괭이가 산다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참고 문헌
‘상괭이의 생태학적 연구’, 국립수산과학원, 2006
‘남해안 상괭이의 분포’,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2010
‘A New Abundance Estimate for the Finless Porpoise Neophocaena asiaeorientalis on the West Coast of Korea: An Indication of Population Decline’, 박겸준 외, 2015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 국토교통부, 2016
‘제2차 부산자연환경조사 서부산권역’, 부산광역시, 2016
‘가덕도 상괭이의 분포 및 계절적 변화’,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고래연구센터, 2017
‘동아시아 상괭이의 계통지리, 계체군 구조와 유전적다양성’, 이항, 2017
‘가덕신공항 쟁점사항 설명 자료’, 부산광역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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