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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아는’ 사람들의 토지 투기법

등록 2021-03-13 02:05 수정 2021-03-13 10:48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

망국적 땅투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3월2일 공익 제보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일부 지역에 100억원대 투기를 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은 신도시 예정지에 미리 땅을 사둬 보상금에 더해 추후 아파트 입주권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심산이었는데, 투기 방법이 웬만한 투기꾼도 혀를 내두를 정도란다.

직원들은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가짜 농부로 등록하고 빈 땅에 보상을 많이 받으려 묘목을 빼곡히 심었다. 또 1천㎡(약 300평) 땅을 소유하면 전매제한 없이 추가로 아파트 입주권을 받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즉시 노릴 수 있는 협의 양도인 택지 제도를 이용하려 했다. 그래서 넓은 땅을 산 뒤 1천㎡로 필지를 인위적으로 나누는 ‘지분 쪼개기’ 수법까지 썼다고. 최신 법령을 익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보상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작심하고 벌인 것이다. 그들의 월급도 보상도 모두 세금에서 나왔다. 악질적이다.

장관, 부총리, 총리까지 사과 3단 콤보에 이어 대통령도 강도 높은 조사, 수사 병행과 재발 방지 대책도 주문했다. 하지만 뿌리를 알 수 없는 투기처럼 국민의 분노 역시 어디로, 얼마나 향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적잖은 이가 ‘이럴 줄 알았다’며 회의를 보이지만 한편으로 마음 깊이 ‘그럴 리 없어’라는 공직자의 도덕성을 믿었기에 실망은 더욱 크다.

LH 직원들에게 농지를 팔아서 이익을 넘겨준 농민들이 “LH 직원들의 투기 농지를 즉각 몰수하라”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3월8일 농민단체는 경남 진주의 LH 본사를 항의 방문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들머리 돌을 ‘한국농지투기공사’라고 쓰인 천으로 씌우기도 했다. 농민이 아니면 농지를 사지 못하게 하는 농지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정부 또한 비판하면서 전체 농지에 대한 투기 조사를 요구했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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