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이 있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이들에겐 코로나19가 별일 아닐 수 있다. 배달음식을 시킬 수 있고 미뤄둔 넷플릭스를 몰아보는 삶은 어쩌면 행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이 추위와 바이러스를 맨몸으로 맞는 이들이 있다. 아직도 서울역 쓰레기통엔 누가 먹고 남긴 건 없는지 10분마다 와서 살피는 노숙인들이 있다.
노숙인보다 좀더 포괄적인 용어로 ‘홈리스’(Homeless)가 있다. 홈리스는 노숙뿐만 아니라 불안정하고 부적절한 주거 상태에 놓인 사람 모두를 포함한다. 홈리스에게 자가격리란 무엇을 뜻할까? 안전하지 않은 공간으로의 고립이다. 쪽방과 고시원의 방역 지침에는 ‘다른 사람과 2m 이상 거리두기’가 나와 있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주거 상태에 처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8월 중순 수도권의 강화된 2단계 조치로 급식소 운영이 줄었다. <가톨릭뉴스>가 취재한 ‘아랫마을 홈리스 야학’ 관계자에 따르면 300명에게 밥을 주는데 700명이 몰리는 일도 있어, 한 끼 밥을 위해 두세 시간 걸려 경기도 성남이나 인천 등지로 향하는 여정도 잦다고 한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동지인 12월21일, 서울역·용산역 등에서는 홈리스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제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역 광장 계단에는 홈리스 사망자들의 이름이 적힌 책 295권과 장미꽃이 놓인다.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불렸을 그 이름을 책 표지에 기록했습니다.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랐을 고유한 삶이 있었고 역사가 있었던 분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불러주세요.”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인 레일라니 파르하는 제3차 유엔 해비타트 회의에서 “홈리스는 고용정책과 주거정책의 실패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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