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사무실 한구석엔 먼지 쌓인 컴퓨터가 하나씩 있다. 1년에 한두 번 겨우 꺼내 쓰는 윈도 운영체제 기반 컴퓨터다. 돈이 많아서일까? 아니다. 정부지원사업 신청이나 세금 신고 등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업무를 맥북으로 처리하며 고통받느니,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전용 컴퓨터를 한 대 더 마련하는 게 속 편한 일이었다. 이런 풍경이 곧 사라지게 됐다.
공인인증서와 사설인증서의 구별을 없애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5월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인인증서의 ‘공인’ 지위를 박탈하는 대신 전자서명인증업무 운영기준 준수사실 평가·인정제가 도입된다. 현행 공인인증서는 1년마다 잊지 않고 갱신해야 해서 불편하고, 하드웨어에 저장된 인증서에 웹브라우저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플러그인을 수차례 설치해야 해 보안 공격에 취약했다. 게다가 점점 다양해지는 이용자의 웹 이용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비판받아왔다.
2018년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처음 제출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특히 이번 법 개정으로 “블록체인과 생체인증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자서명수단 간 경쟁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시장에선 카카오와 네이버, 이동통신 3사 등 대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간편 인증 서비스가 각축을 벌인다. 6~8자리 암호만 입력하거나 이런 절차마저 안면인식 등으로 대체해 이용자에게 ‘장벽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서비스 사이에서 기존 공인인증서가 도태되는 건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인다.
아쉬운 점이 하나 있긴 하다. 플러그인을 하나씩 설치하다가 실패하고, 다시 설치하다 실패하는 과정을 거듭하다보면 밤늦게 찾아온 ‘지름신’도 짜게 식을 때가 있었다. 공인인증서야, 아주 가끔 네가 그리울 거야!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관심분야 -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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