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수명재판관인 정계선(왼쪽)·이미선 재판관이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헌재)가 2025년 3월24일 국회의 국무총리 한덕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한덕수가 직무 집행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헌재의 결론이다. 헌법재판관 8명 중 다수인 5명(문형배, 이미선, 김형두, 정정미, 김복형)이 기각 의견이었고, 2명(정형식, 조한창)은 각하 의견이었다. 나머지 1명만이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한다”는 인용 의견을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이다.
2024년 12월27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한덕수의 탄핵소추 사유는 5가지다. ①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여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묵인 내지 방조한 점 ②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상대로 총 6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해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한 일 ③2024년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직무가 정지되기 전인 12월8일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한 일 ④국회가 2024년 12월10일 특별검사(특검)가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도록 본회의에서 의결했기 때문에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검법)에 따라 국회에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체 없이 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일 ⑤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을 임명하지 않은 일이다.
기각 의견을 밝힌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등 다수의 재판관은 ⑤를 제외한 나머지 사유 모두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도 관련이 있는 ①에 대해서도 이들 4명의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청구인인 국회의 주장처럼)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의 적극적 행위를 하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이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지도 않았다는 등의 소추 관련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도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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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선 재판관 의견도 ①, ②, ③과 ⑤에 대해서는 다수 의견과 동일했다. 그러나 ④에 대해서는 다수 의견과 달랐다. 또 ⑤의 사유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또는 법률 위배 행위라고 판단했다.
④에 해당하는 탄핵소추 사유와 피청구인(한덕수) 대리인의 주장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국회가 2024년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의결하여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한덕수가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할 특별검사(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추 사유다. 특검법은 국회가 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본회의에서 의결한 경우 대통령은 국회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특검 후보자 2명 추천을 의뢰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국회는 2024년 12월10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피청구인 대리인은, 앞서 2024년 11월28일 개정된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사안(대통령 또는 대통령의 가족이 수사 대상인 사건)에서 특정 교섭단체(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가 배제돼 특정 정당이 절대적 권한을 독점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개정 규칙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숙고를 위해 후보자 추천 의뢰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계선 재판관은 한덕수가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연한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연하면 ‘수사대상 사건 발생 시 곧바로 특별검사를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의 제정 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고, ‘특별검사 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조항의 위헌성 여부에 관해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그 위헌성을 미리 예단해 특검법에 명시된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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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행위(⑤)에 대해서도 정계선 재판관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피청구인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여야 합의를 임명의 전제로 내세워 마치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에서 소수의 절차적 보호를 위한 실질적 대의제 실현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실상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되자 당시 6인 체제로 운영돼 심리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남은 6인의 재판관 중 2인도 임기 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일각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피청구인이 형식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여야 합의나 실질적 대의제 실현이 아닌, 소수 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라 할 것입니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위와 같은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며 “피청구인을 파면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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