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한국형 뉴딜’은 장기집권 시도라고 썼다. 정권이 정부 주도 사업에 경제주체를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당사자화해 지지 기반을 넓히려 한다는 것이다. 집권세력이 정책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장기집권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문제는 이 과정에 누가 배제되는가에 있다.
한국형 뉴딜은 비대면 경제 인프라 확충을 중심에 놓는다. 의료와 교육에 ‘원격’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을 더 자유롭게 하겠다는 거다. 최근 코로나19 전화진료와 온라인 개학에서 보듯 원격의료와 원격교육의 필요성이 확인됐다는 점과 ‘언택트이코노미’에서 생산자가 소비자를 타기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가 이런 발상의 근거가 아닐까 한다.
사실 이건 ‘신성장 동력’의 발굴 필요를 논할 때 늘 나오던 얘기다. 데이터 규제완화는 2018년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이미 국회가 ‘데이터3법’을 처리했고 원격의료에 필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완화 역시 ‘4차 산업혁명’에 있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한국형 뉴딜이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어떤 전환이라기보다는 여러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기존 정책을 서랍에서 다시 꺼내든 것에 가깝다. 결국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기성 체제의 강화 아니냐는 거다.
정권의 ‘우클릭’을 걱정하는 눈길의 반대쪽에는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전국민고용보험제와 같은 아이디어를 청와대 참모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영세자영업자나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는 것은 정권 초 선정한 ‘100대 과제’에도 포함된 내용이다. 지금까지 이게 어려웠던 건 가입자가 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만일 고용보험 가입을 보편화한다면 정부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게 불가피하다. 그래서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그래도 남는 사각지대에 대한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이를 위한 고소득층 등의 세부담을 늘리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유지되려면 신뢰가 필요하고, 신뢰는 단지 선의로만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행정부 당시 미국 민주당은 와그너법을 통해 노동자 권익을 수호하는 데 역할을 했다. 2차 대전 직후 사회 전체가 보수화되는 과정에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은 1947년 태프트·하틀리법을 만들어 이를 후퇴시켰다. 뉴딜을 통해 성장한 노동운동은 여기에 제대로 맞서지 못했다. 뉴딜은 대공황 극복에 역할을 했지만, 기존 경제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지 못했고, 노동 발언권이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적 논의가 불가능했다는 게 후퇴 이유일 것이다.
뉴딜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많지만 실패한 대목까지 따라 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뭔가를 직접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의 교섭력 자체를 높일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같은 것은 초보적 조처인데, 그마저도 진도를 못 내고 있다. ‘K방역’의 최대 장점은 민관협력에 있다는데, ‘민’에서 의료 자본은 날개를 달게 됐지만 노동은 동원되기만 했다. 180석 여당과 한때는 ‘중부담, 중복지’까지 말했던 보수야당, 그리고 길을 잃은 진보정당 앞에 놓인 현실이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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