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신스틸러’다. 홍준표 의원이 나타나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코믹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올해 들어 그는 애용하던 붉은색 계열 패션 아이템들과 멀어지고 있다. 복당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도 하늘색 계열 넥타이와 마스크를 ‘깔맞춤’으로 착용했다. “난 달라졌다”는 것일까?
김웅 의원과의 설전을 보면 변화는 외양에만 그친 듯하다. 상대의 약점을 콕 집어 ‘딱지’를 붙이는 방식은 도널드 트럼프를 연상케 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서 “세게 붙으라”는 조언을 받은 김웅 의원도 단 한마디를 지지 않고 받아쳤는데, 남는 장사일지는 따져봐야 한다.
“경륜도 예의도 없다”는 홍준표 의원의 비판을 보면 ‘꼰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민심 기준으로 보면 감점 요인이다. 그런데 당심으로 볼 때는 다르다. 거의 모든 당권 주자가 홍준표 의원 복당에 찬성한다. ‘젊은 피’라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도 이 대목에선 다르지 않다. 전당대회는 결국 당원 여론이 중요하다. 홍준표 의원의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경륜도 예의도 없다”는 건 기성 당조직의 시각이기도 한 거다.
당심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같은 태도일 것이다. 승리를 위해 함께할 수도 있으나, 이에 앞서 고개부터 숙이라고 한다. 얼마 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용판 의원도 비슷한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과거를 반성하란 취지인데, 전직 대통령 수사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홍준표 의원을 둘러싼 논란은 과거와 절연할 수 없는 당심을 보여준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라는 문제에선 여당도 자유롭지 않다. 지금까지 여당의 당심은 아무래도 청와대와 가까웠다. 그러나 청와대 권력은 대통령의 남은 임기에 따라 늙기 마련이다. 당은 이제 민심이 원하는 미래권력을 만들어야 한다. 차이와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 갈등을 얼마나 지혜롭게 관리하느냐는 정치적 능력의 영역이다. 청와대가 권력을 쥐는 힘을 더하면 부작용만 두드러진다. 부드러워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은 아슬아슬했다. 세 장관 후보자 지명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바람에,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가지면서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하는 여당의 선택지가 좁아져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글을 쓰는 시점(5월13일)에 일부 초선 의원이 ‘선상 반란’을 일으키는 등 혼란 끝에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러다보니 민심을 좇다 개혁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떤 면에선 맞는 얘기다. 하지만 ‘잘못된 개혁’을 고집하는 게 답일 순 없다.
민심이 개혁에서 멀어진 이유 중 하나는 검찰 문제일 것이다. 가령 본인의 요청으로 소집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조차 기소를 권고했는데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권력의 태도를 보자. 억울한 기소인지는 재판에서 따질 문제이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직을 지키겠다는 거라면 납득이 어렵다. ‘반대편’에서 벌어진 일이면 이렇게 미적지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검찰개혁은 민심에 어떻게 비칠까? 해야 하니까 하는 개혁이 아니라 ‘우리 편’에 유리하니까 하는 개혁으로 보이지 않을까? 개혁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이런 걸 고치라는 것이다. 조만간 상식적 판단이 있길 기대한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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