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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편이냐’ 묻는 정치

등록 2021-06-12 02:28 수정 2021-06-14 11:14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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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한 경찰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조사 결과대로라면 일선 경찰이 법무부 법무실장 출신인데다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의 택시기사 폭행 영상을 보고는 “안 본 거로 합시다”라며 알아서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용구 전 차관은 사고 뒤 이뤄진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서 제외됐지만 경찰이 부실수사 끝에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한 이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법무부 차관이라는 또 다른 중책을 맡게 됐다. 이 덕에 징계위 개최가 가능해졌으니 경찰의 부실수사는 어쨌건 정권의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 셈이다.

경찰의 이런 면모는 정권에 불리한 수사를 고집하는 검찰 태도와 비교돼 쓸데없는 정치적 논란을 낳고 있다. 보수야당 지지자들은 경찰이 하는 일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경찰은 정권의 편’이라는 서사는 한강 의대생 사망 사건을 둘러싼 혼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거로 보이는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여당 의원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경찰에 넘긴 사건도 비슷한 생각을 하게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의혹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에게 탈당을 권고하고 비례대표들에 대해선 출당 조처했다. 이제 공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갔는데, 이들은 여당 국회의원 출신 인사가 위원장을 맡은 권익위를 믿지 못하겠다며 감사원 조사 의뢰를 거듭 주장했다. 문제는 감사원이 국회의원에 대한 직무감찰을 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를 재차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재형 감사원장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거듭해서 야권 대권주자 중 1명으로 거론돼왔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보수야당이 ‘같은 편’이라고 한다면 이들이 감사원 조사를 고집하는 이유도 나름 설명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편향된 인물이라는 인상을 강화해, 2020년 탈원전 감사에 불순한 의도가 실렸다고 한 여당 주장을 오히려 믿을 만한 얘기로 느껴지게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민의힘이 감사원 조사를 고집하는 것은 제 발등 찍기밖에 되지 않는다. 뒤늦게 당내에서 권익위에라도 조사 의뢰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건 이 때문일 거다.

경찰은 여당 편 검찰은 야당 편, 권익위는 여당 편 감사원은 야당 편, 거기다 팔은 오직 안으로만 굽는 세상이다보니 ‘어느 편’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편’들이 내세우는 대의명분을 신뢰하기보다는 각자도생에 힘쓰는 게 낫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여당 지도부가 다소 억울해 보이는 사례가 포함돼 있음에도 투기 의혹을 받는 이들의 일괄 탈당을 권고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외에 무엇을 선택해도 ‘제 식구 감싸기’나 ‘한 입으로 두말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누구 편인지 따지는 게 전부인 정치를 넘어서야 한다. 정치권이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언론이라도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1년여간 이 지면에서 나름의 실천을 도모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다른 기회를 통해 같은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그간 참아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이번호로 ‘김민하의 뉴노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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