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이종근 선임기자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월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신현수 민정수석(사진)의 사표가 수리될 수도 있다고 했다. “대통령에 일임”된 거취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신현수라고 해야 할까?
왜 대통령은 재신임 의사를 밝히지 않는 것일까? 이건 신현수 수석이 사의를 완전히 접지 않았다고 볼 때만 이해가 된다. 그러면 사의를 접지 않은 사람의 복귀를 어떻게 설득한 것일까? 문제를 바로잡았다기보다는 인정과 상황논리에 호소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경우라면 신현수 수석의 거취가 정리되는 시점은 크게 셋 중 하나일 거다. 첫째, 후임이 결정된 때. 둘째, 재보선 이후 쇄신 인사 등이 있을 때. 셋째, 윤석열 검찰총장 임기 만료 이후 대대적 검찰 인사가 진행될 때. 이 고비마다 반복될 입씨름 구도가 눈에 선하다. 후임은 검찰 출신인가 아닌가, 재보선 승리의 공 혹은 패배의 책임은 어디에 있나, 포스트 윤석열 체제의 그림은 무엇인가를 놓고 당·청이 커튼 뒤에서 힘을 겨룰 것이다.
예고편은 이미 나왔다. 유영민 비서실장은 이날 대개의 질의에 불분명한 답을 했지만 두 가지 대목에서 뜻을 분명히 했다. 첫째는 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기소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논의에 대한 우려를 대통령이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문제 삼은 “속도 조절”이란 단어의 사용 여부는 본질이 아니다. 당내 강경파를 제압하지 못하는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를 향해 공개적으로 눈살을 찌푸린 게 핵심이다.
둘째는 대통령이 2월7일 법무부 발표 전 검찰 고위 인사안을 승인했고 발표 이후인 8일 전자결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형식에서 사후 결재가 된 건 맞지만 대통령 의중에 배치되는 인사는 아니었다는 해명이다.
대통령은 2020년 추미애 법무부를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신현수 수석을 활용해 검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물인 검찰 인사가 ‘신현수 사태’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됐다. 역시 타협은 불가능하고 더 이상 휴전도 필요 없다는 강경파들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박범계 장관 취임식날 법무부를 방문하는 식으로 성의를 표한 윤석열 검찰도 다시 일전을 준비할 것이다. 추미애 전 장관이 “67년의 허송세월”이라며 속도조절론을 비판한 게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기 말에 권력 누수를 겪지 않은 정권은 없다. 그 정도까진 아니라지만 이 정권도 그 길을 피할 수는 없다. 검찰 개혁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응과 자영업자 지원, 가덕도 신공항 등을 놓고도 당·정·청의 의견 충돌 등 난맥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이다.
출구가 있을까? 레임덕 지연을 위한 ‘배신의 정치’ 거론은 답이 아니다. 오히려 권력의 ‘질서 있는 퇴장’을 천천히 준비해야 한다. ‘질서’라는 점에서 지금 상황이 정권과 차기 대권 주자의 충돌이 되지 않는다는 건 위안거리다. 그러나 이건 ‘퇴장’이란 차원에서 출구전략의 논의 상대가 불분명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아마 대통령은 외로울 것이다. 이게 신현수 수석이 나간 것도 다시 들어온 것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는 이유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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