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누가 더 자기 살을 많이 깎나, 혁신 경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이다. 그러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그런 것과는 차이가 있는 듯해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신났네, 신났어”라고 했다는 게 주요 정치 뉴스였다는 점은 황당하다. 사과하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고, 실제 사과했다. 이런 뉴스가 자꾸 나오는 건 피곤하니 국회는 혼잣말 방지법이라도 제정하기 바란다.
“신났네, 신났어”란 말은 왜 나왔을까? 야당이 이상한 얘길 하는데 선거는 졌고 하니 답답한 마음의 표현이었을 거다. 김어준씨 방송은 저널리즘 기준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TBS의 ‘+1합시다’란 캠페인을 기호 1번 선거운동이라고 우기는 건 얘기가 다르다. 이 정도면 ‘1 포비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1’이란 글자를 자주 봤다는 이유로 ‘기호 1번’을 지지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답답할 만도 하다. 총리 직무를 대행하는 홍남기 부총리가 지하철 1번 출구도 문제냐는 취지로 반론한 것에 공감한다.
그런데 과연 국민의힘 사람들이 이게 웃기는 얘기라는 걸 몰라서 이러겠는가? 알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편파적이란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근거를 계속 쌓는 거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상식인이 될 것이냐, 눈앞의 이득을 위해 바보가 될 것이냐의 양자택일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하는 게 한국 정치다. 양당의 혁신이 안 되는 이유도 따지자면 이것이다.
가령 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20일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를 한 일을 보자. 오세훈 시장은 사건 자체와 서울시의 대응, 2차 가해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했다. 피해자와 그를 지지해온 여성계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좋은 일이다.
그간 여당과 서울시가 못했던 일을 오세훈 시장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 사람들이 여당과 비교해 특출난 성인지 감수성을 가졌기 때문인가? 그럴 리 없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으니 얼마든지 피해자 편에 설 수 있고, 손해될 게 없으니 사과도 할 수 있는 거다.
여당 주요 인사들이 사건 이후 2차 가해를 반복해서 해온 것도 몰라서가 아니다. 진정한 사과는 피해를 ‘내 일’로 느낄 수 있을 때야 가능하다. 인간에겐 공감 능력이 있기에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당과 일부 지지자는 정파적 손해를 감수하지 않기 위해 이 능력을 가해자를 대상으로 써왔다. 그게 이런 결과로 이어진 거다.
여당 내 일부, 특히 여성 의원들이 뒤늦게라도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뜻을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조직 차원에선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사진)가 현충원 방명록에 “선열들이시여! 국민들이시여! 피해자님이여!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쓴 걸 보면 그렇다. 느닷없이 “피해자님이여!”가 대체 뭔가? 피해자를 왜 순국선열과 동렬에 놓는가? 아직도 피해자의 고통은 ‘내 일’이 아닌 것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 보좌관이 같은 자리에 “윤호중님이여!”라고 쓴 경우를 가정해보라. 직장갑질119에 신고해야 할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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