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천심이라고들 하는데, 무슨 뜻인가? 보통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그러나 다른 면을 보자. 하늘의 뜻은 미리 파악할 수 없고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런 점에서, 과연 민심은 천심이라는 것을 이번에도 확인했다.
투표율은 예상보다 높았다. 55%에 미치지 못하리라 했는데 넘겼다. 말로만 듣던 ‘샤이 진보’가 결집한 것일까? 아니었다. 투표율은 기대보다 높았는데 격차가 그대로였다는 건 정권에 화난 사람이 예상보다 많았다는 얘기다. 오히려 ‘샤이 보수’라고 할 판이다. 그만큼 정권심판 바람은 강했다.
민심을 파악한 양당의 태도는 그럴싸하다. 승자인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반사이익을 거둔 것에 불과하다며 몸을 낮췄다. 패자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도부 총사퇴로 성찰과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다들 아는데 결국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정치판엔 많다. 양당 모두 당권과 대권 경쟁을 앞둔 상황이라 만만치 않다.
지도를 보면 서울과 부산의 모든 자치구 유권자가 야당을 지지한 것 같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의 각도가 아주 약간 변한 것에 불과하다. 이번에 한쪽으로 쏠린 유권자는 야당이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 다시 반대쪽으로 기울어질 것이다. 범진보 180석 운운이 ‘전패’가 되는 데는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화젯거리 중 하나는 2030세대의 ‘변심’이다. 방송 3사 출구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72.5%, 30대 남성의 63.8%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2030세대가 보수화됐다는 주장과 ‘탈이념 탈진영’일 뿐이라는 주장이 엇갈린다. 이런 논쟁은 처음이 아니라서 본 영화를 또 보는 듯한 느낌이다.
2030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특별히 ‘진보’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왜 ‘진보’에 투표하지 않느냐고 다그칠 일이 아니다. 탈이념 탈진영이라는 것 또한 어떤 종류의 보수주의란 해석도 못할 것은 없다. 함부로 보수로 몰아가지 말라며 발끈할 것은 아니다. 논쟁이 꼬이는 건 ‘보수’를 ‘국민의힘’이라는 기성정치의 정파로 치환하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건 2030세대가 국민의힘 고정 지지층이 됐는지를 판별하는 게 아니라, 이들의 행동양식에 누가 어떤 영향을 줬는지 따지는 것이다.
2030세대의 실용주의를 말하지만, 확신할 수 있는 대의가 있다면 이들도 얼마든지 손해를 감수하고 헌신할 수 있다. 촛불시위를 거친 개혁은 한때 그럴 만한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니 속은 기분이다. 남 좋은 일만 한 게 아닌가? 집권세력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젊은이는 나라의 미래다. 책임 있는 정치 세력이라면 미래를 포기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변화의 초점은 경험치가 어쨌다느니 하는 남 탓이 아니라 개혁의 신뢰 회복에 맞춰져야 한다.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을 해내는 것이 능력이다. 정치적 집단으로서 능력을 보여줄 마지막 기회를 잡아보시라.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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