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초등학교 풍경은 특별하다. 좌우로 1m가량 날개 달린 모자를 쓴 아이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앉아 있다. 아이들이 쓴 모자는 중국 송나라 황제 조광윤이 만든 ‘장시모’(관원이 쓰는 긴 날개가 달린 모자)와 유사하다. 장시모는 대신들이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는 것을 보고, 그들이 다른 마음을 품을까 염려했던 황제의 발명품이다. 1천여 년이 지난 2020년, 조광윤의 모자는 신하들의 역심보다 무서운 ‘비말 감염’을 막는 데 신박한 도구로 활용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됨에 따라 중국 학교들은 단계적으로 개학 중이다. 물론 모두가 철저한 안전 수칙에 따른다. 체온을 재야 교실에 들어갈 수 있고, 점심도 교대로 한다. 학교 내 마스크 착용은 기본 중 기본이다.
그렇다면 하루 평균 확진자 수가 평균 10명대로 떨어진 한국은 어떨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4월27일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고3과 중3 학생을 우선 고려해 등교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단순한 통계 수치로 등교개학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이니 개학이다!” 식의 발표는 불가능하다는 거다. 등교개학 방법과 시기를 정할 땐, 일상생활과 경제생활이 조화를 이루는 ‘생활방역’으로의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 보수적이고 높은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요즘 ‘돌밥돌밥’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의 줄임말이다. 아이들이 등교하지 않는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끼니를 집에서 해결하며 벌어진 ‘웃픈’ 상황이다. 확진자 수가 유의미하게 줄고 생활방역에 대한 국민 인식이 안착해야 학생들의 등교개학도 가능해질 것이다. ‘돌밥돌밥’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해방을 위해서라도, 이번 황금연휴에도 긴장 놓지 말고 최선을 다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보자.
천다민 한겨레 젠더 미디어 <슬랩> PD
관심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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