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 갈까, 말까? 김성훈
며칠 전 퇴근해 집에 오니 식탁 위에 원아 개인기록카드가 놓여 있었다. 뭔가 싶어 펼쳤더니 어린이집 입소 안내 책자였다. 아내가 도담이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상담받고 왔단다.
아직 엄마 젖도 안 뗐고, 이제 겨우 배밀이를 시작한 생후 9개월의 도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선생님 한 명이 도담이 같은 0살 유아 셋을 돌보는 환경이 좋아 보였다”는 게 아내의 설명이었다. 바깥 활동이나 면접이 있는 날에는 마을 돌봄 선생님을 신청하거나 내가 휴가를 쓰면 될 일이지만, 아내가 재취업을 하려면 육아를 어떻게 할지 방편을 세우는 게 우선이었다. 그럼에도 돌도 안 지난 아이가 혹여 병이라도 옮아 고생할까 걱정이 앞섰다.
처음에는 아내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한국의 어린이집 제도를 살펴보니 아내의 고민을 제대로 공감할 수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린이집 경쟁이 시작된다. 서울시 보육포털 서비스(iseoul.seoul.go.kr)에서 어린이집 입소 대기 신청부터 해야 한다. 어린이집 수가 한정된 까닭에 한 살이라도 어릴수록 어린이집에 ‘간택’될 확률이 높다. 입소에 성공한 아이는 해마다 자동 진급되기 때문에 아이 나이가 많을수록 들어갈 자리가 줄어든다. 그마저도 동네 상황에 따라 입소 가능성이 천차만별이라 어린이집 입소는 한마디로 복불복이나 마찬가지다. 얼마 전 아내가 친구와 통화하는 것을 엿들었다. “5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 10곳을 고민해야 했고, 결국 이사를 감행해 현재 다니는 유치원에 보냈다”는 아내 친구의 사연을 듣고 기겁했다. 도담이가 서너 살이 되어 어린이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아찔하다.
아내가 어린이집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들어갈 자리가 있을 때 선점하자는 계산보다는, 하루에 서너 시간만이라도 아이와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지난 9개월 동안 아내는 밤에 푹 잔 적이 하루도 없었고,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해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였다. “육체적·감정적으로 아이와 동화돼 생활하니 매일 에너지 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한순간만이라도 아이 생각을 하지 않고 긴장을 풀고 싶다”는 게 아내의 바람이다. 이건 단순히 아빠가 육아를 분담해 아내의 부담을 덜어주는 문제와 다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대부분 아내와 비슷한 마음으로 육아를 할 것이다.
하루에 서너 시간만이라도 도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옳을까 고민하다가 아내는 결국 답을 내리지 못한 채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계속 고민하다 윗집에 사는, 아이 셋의 엄마 라이더(마을 별명)로부터 “주위에 아이를 봐줄 사람이 있다면 3살 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말도 일리 있는 듯해 우리는 도담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도담이는 3살이 되면 무사히 어린이집에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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