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난감이다. 어린이집 ‘해보내기’ 잔치가 열린 지난 12월13일, 춤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2주 전, 같은 반 엄마 아빠들과 함께 해보내기 잔치에서 애니메이션 의 인기 주제곡 에 맞춰 춤을 추기로 약속한 차다. 모두 모여 연습할 기회가 한 차례 있었지만 취재와 마감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다가 공연이 닥치자 뒤늦게 후회하며 유튜브를 열었다. 아이돌그룹 모모랜드는 참 쉽게 추는 것 같은데 막상 따라 해보니 머리 따로, 손과 발 따로, 몸치가 따로 없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몸치인 나도 추는데 어째서 그렇게 못 출 수 있냐”고 혀를 끌끌 차며 직접 시범을 보였다. 도담이도 덩달아 신나서 춤춘 덕분에 거실에선 춤판이 거하게 벌어졌다.
해보내기 잔치가 열린 마을 극장은 입구부터 시끌벅적했다. 아내와 자리를 잡고 앉아 무대 앞을 내려다보며 ‘도담이는 어디 있나’ 찾아보니, 도담이도 객석을 두리번거리며 우리를 찾고 있었다. “도담아!” 하고 외치니 도담이는 활짝 웃으며 “우와, 엄마다!” 하고 양손을 흔들었다. 각 반 아이들이 몇 주 전부터 열심히 연습해 선보인 무대는 뭉클했다. 어린이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도담이 반 아이들은 를 포함한 동요 몇 곡을 불렀다. 공연 몇 주 전부터 자나 깨나 흥얼거렸던 노래들이다. 아직 말은 잘 못하지만 친구들과 손을 꼭 잡은 채 목청이 터져라 부르는 도담이를 보니 아내도 나도 눈시울이 절로 붉어졌다. 회사는 어수선했고, 연말이라 업무는 유독 많았으며, 액땜인지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나는 등 동시에 몰려든 크고 작은 일들이 이 순간만큼은 잊혔다.
아이들의 공연이 끝난 뒤 엄마 아빠들의 무대가 이어졌다. 흥이 넘치고 재주가 많기로 유명한 엄마 아빠들답게 열기가 웬만한 클럽 못지않게 뜨거웠다. 음주는 즐겨도 가무는 영 쑥스러운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춘다고 상상만 해도 현기증이 났다. 우리 차례가 되자 아내를 포함해 다른 엄마 아빠들을 최대한 열심히 따라 췄다. “바나나 차차~ 바나나 차차~ 다 같이 랄랄랄 랄라 차차 (중략) 사랑해요~ 사랑해요~ 엄마아빠빠 사랑해요~”
스피커에서 노래가 크게 나오자 입이 떡 벌어진 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손뼉 치는 도담이를 보니 이 어려운 도전을 하지 않았다면 어떡할 뻔했나 싶다. 행사가 끝난 뒤 함께 춤춘 엄마 아빠들과 함께 마을 백반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밥을 먹는 내내 긴 말은 없었지만 지난 1년 동안 공동육아를 한 동지로서 서로 격려하고, 내년에도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키워보자는 마음이 오갔고, 그래서 훈훈했다. 도담이도 2020년에는 어느덧 네 살이다. 또 어떤 이야기가 기다릴지 벌써 기대된다. 식구들, 독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사진 김성훈 기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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