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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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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 1745원짜리 ‘맘마’

도담이 식욕은 갈수록 왕성해지는데…
등록 2019-07-12 14:06 수정 2020-05-03 04:29

도담이의 볼살이 포동포동 올랐다. 꼭 탱탱볼 두 개가 양 볼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 같다. “감자 요리 놀이를 하고 난 뒤 감자를 열심히 먹었습니다. 살이 올라서 더욱 건강해 보여서 좋아요.”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내온 알림장을 보니 도담이가 어린이집에서 밥을 잘 먹는 모양이다. 집에서도 아침에 눈뜨자마자 자신의 두 손으로 배를 툭툭 치거나 숟가락 잡는 흉내를 내면서 “맘마, 맘마” 하며 밥부터 달라고 한다. 유독 입맛이 까다롭고, 엄마 아빠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아침저녁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예전과 사뭇 다르다. 알림장에는 매일 도담이가 무슨 반찬을 얼마나 먹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영양가 높고 균형 잡힌 식단을 열심히 먹는다니 먹는 걱정은 일단 덜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린이집 ‘아마’(아빠 엄마의 줄임말)들이 모인 단체대화방에서 보건복지부가 지급하는 어린이집 급(점심)·간식비가 11년째 끼니당 1745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11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는 약 20%(통계청 집계) 올랐지만 아이들의 급·간식비는 제자리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바나나 가격은 11년 동안 34% 올랐다니 급·간식비의 제자리걸음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제야 실감된다. 내가 사는 마포구는 급·간식비를 한 끼 2천원 이상 쓰는 조건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영아는 한 명당 월 9천원씩, 유아는 월 4천원씩 지원된다. 하루 한 끼 기준 날짜로 계산하면 영아는 매일 약 400원, 유아는 200원을 보조받는 셈이다. 나를 포함한 적잖은 아마들이 이 사실을 몰랐다. 고작 1745원으로 식욕이 왕성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일 수 있을까.

‘정치하는 엄마들’이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의 급·간식비 지원금을 전수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찾아보니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전국 지자체 중에서 75곳은 지원금을 한 푼도 주지 않는다. 반대로 충북 괴산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하루 1인당 1190원(친환경급식비 490원+간식비 700원)을 지원한다. 괴산군의 1190원은 마포구의 400원(유아는 200원)보다 세 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정부가 어린이집 급·간식비를 올리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은데, 지난 11년 동안 방치한 이유가 무척 궁금하다. 지인인 국회의원 보좌관 몇 명에게 오랜만에 전화해 이 문제를 알리자 그들 또한 “지원금을 올리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다”고 의아해하면서도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어느 부모나 내 아이가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으면 하는 마음은 똑같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려면 안전한 먹거리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월 1745원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사는 성미산 마을뿐만 아니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전국의 모든 아마가 이 문제에 관심 갖고,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는 데 아끼지 말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글·사진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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