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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어떻게 하면 아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낼 수 있을까
등록 2019-05-24 06:41 수정 2020-05-02 19:29
명이를 손에 쥔 채 먹으면서 쇼핑한 물건들을 보고 흡족해하는 김도담.

명이를 손에 쥔 채 먹으면서 쇼핑한 물건들을 보고 흡족해하는 김도담.

“아빠, 잉잉잉잉!” 매일 새벽 도담이는 눈을 뜨자마자 엄마나 아빠를 깨워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위아래로 재빨리 흔든다. 스마트폰을 달라는 얘기다. 비몽사몽인 아내와 나는 베개 아래에 숨겨둔 스마트폰을 건네준 뒤 다시 잠에 든다. 도담이는 나 같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틀어놓은 채 한참 박수 치고 춤추며 양어깨를 들썩이고 나서야 아내와 나를 다시 깨운다.

아이의 뇌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웬만해선 스마트폰을 안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거나 요리나 청소를 할 때는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쥐여주는 것만큼 안전한 방법도 없다. 아이를 시야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중 도담이가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은 30분 남짓이지만 그마저도 스마트폰에 의존할까봐 이래저래 걱정이다. 아이를 키우는 많은 부모가 그렇듯이, 우리 부부에게도 스마트폰은 양날의 ‘육아템’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낼 수 있을까. 오랜 고민 끝에 찾은 정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부모가 직접 놀아주는 수밖에 없다. 모꼬지, 소풍, 어린이날 행사 등 어린이집 공동육아 행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것도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며칠 전 만난 친구는 아이가 어릴 때 스마트폰을 많이 보여줘 후회한다고 말했다. 아이를 스마트폰으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놀이공원과 인천국제공항으로 놀러 간다고 했다.

지난 주말(5월11일) 오전, 성미산 삼단공원에서 열리는 ‘보자기 장터’에 참여하기 위해 아침부터 바지런을 떨었다. 보자기 장터는 공동육아 프로그램인데 아이들이 장난감, 책, 옷 등을 사고파는 벼룩시장이다. 몇 주 전부터 공동육아 단체대화방에서 판매자를 모집했는데 도담이는 아직 내놓을 만한 물건이 없어 ‘바이어’(구매자)로 참여 신청을 했다. 큰손이 되겠다고 자처한 만큼 돼지저금통에 있는 1천원 지폐와 100원·500원 동전을 탈탈 털었다. 말할 줄 모르는 도담이는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볼 때마다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판매자로 참여한 언니 오빠들은 “도담아, 그건 500원이야. 하나 샀으니까 이 장난감은 공짜로 줄게”하면서 고급 상술을 선보이며 도담이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우리 부부를 포함한 공동육아를 함께하는 ‘아마’(아빠와 엄마를 합친 말)들은 카스텔라·생딸기우유·커피·티라미수 등을 먹고, 각자 집에서 준비한 재료를 모아 비빔밥을 만들었으며, 소시지를 안주 삼아 맥주도 한잔했다. 보자기 장터 판매자들이 수익금을 어린이집 부모 회비에 기증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왜 아마들이 주말마다 한데 모여 아이들과 노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끼리 놀게 해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지난 일주일 동안 쌓였던 육아 스트레스도 한 방에 날릴 수 있어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 인형, 실로폰, 장난감, 옷 등 종류별로 쓸어담느라 고단했을까. 그날 밤 도담이는 스마트폰을 찾지 않고 잠에 들었다. 스마트폰과의 전쟁은 이제부터다. 도담아, 다음 주말에는 뭐 할까.

글·사진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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