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이 된 도담이는 심장약을 더는 먹지 않아도 된다는 담당 의사의 말을 들었다.
“심장약을 계속 복용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검사 결과를 보니 더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좀처럼 잘 웃지 않는 담당 의사 선생님은 도담이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보였다. 아내는 도담이를 안은 채 “너 건강하대”라고 말했고, 도담이는 새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아내와 꼭두새벽에 일어나 도담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심전도, 엑스레이 같은 정기 검사를 받은 건 6개월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2주째 꼼짝없이 ‘방콕’ 하던 도담이는 간만의 외출이 신났는지 마스크를 쓴 채 여러 검사를 씩씩하게 받았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오랜만에 만난 도담이를 알아보고는 “많이 컸다”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난 6개월 동안 건강하게 지낸 까닭에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도담이가 선천성 심장판막증 수술을 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심장약을 졸업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마침 도담이 생일(2017년 3월6일)이기도 해서 검사가 끝난 뒤 병원 본관에 있는 단골 국숫집에 가서 거하게 외식했다. 생각해보니 지난해 퇴원한 날도 도담이 생일이었으니 기가 막힌 우연이다. 도담이는 기분 좋게 4살이 됐다.
이 육아 칼럼도 도담이와 동갑이다. 영화주간지 25년 역사상 처음으로 취재기자가 육아하게 됐다는 희소성(?) 덕분에 도담이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연재를 덜컥 맡았다. 3주마다 아이의 성장을 기록하는 일은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개과천선하는 과정이었다. 가사·육아 분담, 산후우울증, 공동육아, 환경보호(천기저귀 사용 장려), 어린이집 입학 전쟁, 아이 건강(심장판막증 수술), 어린이집 급식(점심)·간식비 등 아이를 키우지 않았더라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을 문제를 고민하고, 반성하며, 해결 방법을 찾아가(다가 좌절하거나 욕먹)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나를 육아 칼럼으로 끌어들인 김완 기자로부터 언젠가 “요즘 칼럼 보니까 아이템이 고갈된 것 같던데(웃음)”라는 말을 들었을 때 속으로 뜨금하며 “육아는 반복노동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마땅한 글 쓸 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아내에게 ‘아이템’을 구걸했다가 “네 일에 나를 이용하지 마라”는 경고를 받은 적도 있다. 그때마다 아이를 유심히 보지 않아서 소재가 없는 건가 자책하고 반성했다. 이 육아 칼럼이 아이를 더 열심히 보고 가사노동에 더 집중하라는 채찍질이었던 셈이다. 다만 수차례 육아휴직을 고민했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시도하지 않은 건 아쉽다. 올해는 계획을 잘 세워서 육아휴직을 쓸 생각이다(육아휴직을 쓴 변지민 기자 파이팅!).
‘성미산판 ’를 쓴 지난 3년은 과 더욱 가까워진 시간이기도 하다. 누군지도 모를 도담이의 성장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신 독자들께 정말 감사하다. 특히 독자 단박인터뷰(제1245호 ‘전업주부 아빠 이야기 다뤄주세요’)에서 “아빠가 쓰는 육아 칼럼 ‘성미산에서 도담도담’을 꼭 챙겨본다”는 독자 말씀을 확인했을 때 큰 힘이 됐다. 어쨌거나 도담이를 포함해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답답해할 아이들이 밖에서 신나게 뛰놀 날이 빨리 오길 바라면서 모두들 안녕!
글·사진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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