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에서 볼일 본 뒤 손을 씻는 도담이.
전생에 고양이였을까. 도담이는 날 때부터 목욕을 싫어했다. “씻자”라는 말이 나오기가 바쁘게 줄행랑쳤다. 그래봐야 곧바로 아내나 내 손에 붙잡혀 욕실로 질질 끌려오지만 말이다. 샤워기를 틀면 아이는 비누를 몸에 묻히기도 전에 온 마을이 떠나가라 울부짖는다. 그뿐이랴, 도담이는 양치질도 끔찍이 싫어한다. 칫솔을 꺼내기만 하면 집게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며 “아니야, 아니야” 하며 신경질을 낸다. 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다. 귀가 찢어질 만큼 우렁찬 아이의 울음소리를 배경 음악 삼아 목욕과 양치질을 차례로 마치면 아내도, 나도, 도담이도 진이 다 빠진다. 어린이집에선 손씻기도, 양치질도 스스로 잘한다는데 유독 집에서만 저항이 심하다.
지난해 여름휴가를 갔을 때 실내 수영장에서 잘만 놀던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물을 아예 싫어하는 것 같진 않고… 결국 씻는 걸 싫어한다는 얘기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아이를 목욕과 친해지게 하기 위해 고무 장난감을 욕조에 넣거나 튜브를 목에 씌우거나 샤워기를 직접 만지게 해 물놀이로 위장하기도 했지만, 세 살짜리 소녀는 목욕과 물놀이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았다.
올해 초 한 살 더 먹은 도담이는 새로운 기술 몇 가지를 더 학습했다. 손씻기, 배꼽인사 하기(아직 머리가 무거워 90도까지 내려오진 않는다), 문장으로 말하기( 틀어줘, 밥 줘, ‘맘마’ 먹으러 가자, ‘오 쇼핑(키즈카페)’ 가자 등을 구사할 줄 안다), 두 손 들고 벌서기, 세배하기 등이 그것이다. 목욕과 양치질은 여전히 싫어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이는 곧바로 욕실로 달려가 자신의 양팔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세면대 앞에 올라가 비누를 묻힌 뒤 두 손을 석석 비빈다. 옆에서 잘하나 지켜보다가 도와주기 위해 아이 손을 잡기라도 하면 도담이는 “잉잉” 하며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직접 씻을 테니 나가라고 한다. 목욕도 직접 하는 날이 올까 생각하던 차,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벌어지면서 도담이의 위생에 더 신경써야 했다. 되도록 키즈카페나 대형마트 같은 사람 많은 곳은 찾지 않고, 집에 들어오면 반드시 손부터 씻겼다. 도담이가 손씻기를 귀찮아할 때마다 바이러스를 설명하기 난감해 “씻지 않으면 아파”라고 최대한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한다. 그럼에도 아이는 즐겨 찾던 키즈카페를 왜 갈 수 없는지, 왜 손을 자주 씻어야 하는지 몰라 답답해한다.
바이러스로부터 철저히 예방하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지 않는 가정도 많다고 들었다. 도담이도 등원시키지 말아야 하나 잠깐 생각했지만, 어린이집도 가정도 예방을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기로 했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놀기 좋아하는 도담이가 어린이집까지 가지 않으면 얼마나 실망할까 싶기도 하고. 손씻기를 포함해 철저한 예방 말고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이래저래 고민만 늘었다. 도담아, 오늘도 하원하면 손부터 씻는 거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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