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이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더 격렬히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대통령이 뒤늦게 무언가 하려 한다. 대통령 박근혜가 탄핵소추안 가결 뒤 두 번째 기자간담회를 열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쪽 관계자는 1월12일 “특검과 헌법재판소 등에서 나오는 얘기들이 여과 없이 전해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탄핵소추되면 모든 직무가 정지되고 청와대 직원들의 지원을 받아서도 안 된다. “가만있으라.” 이 말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가 들을 말이 아니었다. 가해자 격인 박근혜에게 어울릴 말이다.
02 대통령 박근혜가 궁지에 몰리자,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러내고 있다. ‘세월호 7시간’ 동안 관저에 있었다는 의혹에 노 전 대통령도 2004년 6월21일 ‘김선일 피랍 사건’ 당시 관저 근무를 했다는 식으로 헌법재판소에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피랍 사건’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새벽까지 대면보고로 수십 명의 참모와 대응에 나선 기록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진실은 여기 있다. 박 대통령은 진실을 호도하지 말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부메랑을 맞고 있다.
03 대통령 박근혜 쪽이 지연전술을 펴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반대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주에는 이례적인 주 3회 변론 계획을 세우고 최순실, 안종범, 고영태 등 주요 증인 신문 일정을 잡았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1월12일 4차 변론에서 류희인 참여정부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에게 “지금 같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시스템이 없냐”고 물어 ‘신속한 탄핵 결정’ 가능성을 에둘러 내비쳤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장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지금 속도라면 늦어도 3월 초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박 소장 임기가 1월 말까지인 만큼 1월 중에 탄핵 여부가 나오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04 모처럼 ‘일하는 국회’의 일면을 보여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1월12일 사실상 활동 종료를 선언했다. 결과에 아쉬움이 있지만, 7차례 청문회와 기관보고, 구치소 현장조사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증 혐의로 고발하고, 국조특위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으로 마지막 업무를 마쳤다. 김성태 위원장은 “어느 국정조사보다 양질의 활동을 했지만, 최순실 없는 청문회가 돼 제도적 한계가 있었음을 실감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리고 여야 없이 위원들을 따뜻하게 안았다.
05 국정조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요정’이 됐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스까 요정’으로 불렸다. ‘무소불위’ 태도를 보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향해 반말투의 “식사하셨습니까?” “압수수색 정보를 어떻게 알았스까?(을까)”라며 잡법 취급해 누리꾼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커뮤니티 포털 디시인사이드가 회원을 상대로 한 청문회 인기투표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존재’를 17번이나 묻고, 시인을 이끌어내 ‘17번’이란 별명이 붙었다.
06 여야 정당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1월13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월 둘쨋주(1월10~12일)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이 41%를 차지했다. 민주당 역대 지지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새누리당이 12%로 근소하게나마 국민의당(10%)을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바른정당(7%), 정의당(3%)이 뒤를 이었다.
07 부자는 망해도 3년 간다고 했다. 새누리당이 정당 지지도에서 힘겹게 2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집안 꼴은 말이 아니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진 탈당을 거부하는 친박계 핵심 인사들을 제명하겠다고 재천명했다. 이를 위해 1월12일 공백 상태였던 윤리위원회장에 정주택 전 한성대 총장을 임명하고 윤리위원도 내정했다.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이 출당을 비롯한 중징계가 예상되는 인물로 꼽힌다.
08 정부가 제구실을 못하고, 정치권이 어지러운 사이 국내에 미국산 흰색 달걀이 침공했다. 당국이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대처를 한 탓이다. 1월13일 본격 수입을 앞두고 정밀검사용 표본 달걀 150kg이 1월13일 화물용 비행기로 국내에 들어왔다. 이르면 다음주쯤 국내 대형마트에서 판매된다. 30개들이 한 판 예상 가격은 9천원. 제과·제빵 업체는 더 값싼 가공란 수입을 검토하기 위해 1월 말께 중국에서 가공란 15t을 들여올 계획이다.
09 천조국의 새 대통령 당선자는 드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월11일 대선 승리 뒤 첫 기자회견에서 비판적 기사를 쓴 CNN 기자에게 삿대질을 했다. “당신 회사는 형편없다. 당신들도 가짜 뉴스”라는 말도 했다. 최근 ‘트럼프의 성매매 동영상을 러시아 정보기관이 수집했다’고 보도한 를 상대로는 “실패한 쓰레기더미”라고 막말했다. 대신 미국 언론이 진짜 ‘가짜 뉴스’로 꼽는 극우 매체 기자에게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유일한 지정석을 줬다.
10 대통령과 그 수족이 서로 닮아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의 태도는 매서웠다. 특히 한국을 향한 모습은 ‘매’를 닮았다. 그는 1월11일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모든 동맹이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을 향해서도 “중대한 위협”이라며 북한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경우 중국 제재를 시작할 뜻도 비췄다.
지난 10년간 한국과 관련 없는 일을 했다. 그런데도 귀국 첫날부터 2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보인다. 대선 후보 가운데 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업’으로 뽑은 까닭이다. 그림자도 길어질 것이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3만달러 수수설, 조카 반주현씨가 미국 연방검찰에 뇌물공여와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일 등 이미 언론이 ‘검증의 칼’을 겨누고 있다.
핵폭탄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발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센 유탄을 맞았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월12일 ‘피의자’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한 뒤, 뇌물공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삿돈으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을 약속하고, 자신의 ‘삼성 승계’를 약속받았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때도 피의자였지만 무혐의로 풀려났다.
세금 내고 국방 의무도 지는데 투표권이 없는 게 18세들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만 18세에게 투표권을 주기 위해 추진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라는 장애물을 맞았다. 이들이 ‘만 18세 투표권’ 개정안 상정을 반대하면서 1월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를 파행으로 끌고 갔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18세 투표권에 반대하는 정당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며 여야 간 즉각 회담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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