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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7-01-11 15:07 수정 2020-05-03 04:28

01  변명, 변명, 변명… 새해 벽두를 연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느닷없는 변명 퍼레이드였다. 직무가 정지된 그는 깜짝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다. 삼성이 최순실에게 특혜를 준 대가로 청와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뒷배를 봐줬다는 의혹엔 “(특검이) 완전히 엮은 것”, 세월호 7시간 행적엔 “할 것은 다 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인지 여부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도리질했다. 뻔한 변명은 잊혔고, 논란만 낳았다. 특히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요? 그때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는데…”란 말은 많은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청와대 제공

청와대 제공

02  의리를 중시하는 ‘대장’의 지침이 떨어지자 ‘부하들’도 일제히 오리발을 내밀었다. 1월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나온 최순실“억울한 부분이 많다. 재판부가 밝혀달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죽을죄를 지었다”고 말했던 그다. 같은 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정에 나온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말하기 곤란하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100여 차례 했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은 아예 종적을 감췄다.

03  모르쇠 전략만으론 쉽지 않다고 봤을까.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 쪽이 결국 전가의 보도를 꺼냈다. 색깔론이다. 1월5일 헌재 탄핵심판정에 나온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 광화문 집회 주도 세력은 민주노총이고, 대통령을 조롱하는 ‘이게 나라냐’란 노래를 만든 사람은 김일성 찬양 노래를 지은 사람”이라고 했다. “북한 의 칭찬을 받는 기사로 탄핵 결정을 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도 했다. 방청석에선 실소가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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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박 대통령이 변명을 하거나 말거나다. 박영수 특별검사박 대통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개입한 정황을 찾아냈다. 2015년 7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한 박 대통령의 말씀 자료엔 “정부 임기 안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길 기대한다. 삼성도 문화재단 후원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관련됐다”며 박 대통령을 턱밑까지 압박했다. 파죽지세의 특검 앞에 박 대통령의 변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05 진돗개 이름부터 여당 최고위원까지… 어디든 최순실의 입김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2013년 최순실에게 어떤 사람을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임명할지, 박 대통령이 삼성동 주민들에게 선물받은 진돗개의 이름을 어떤 것으로 정하면 좋을지도 물었다고 한다. 대통령 연설문과 정·관계 인사를 챙기기에도 바빴을 최순실이다. “내가 못 살아. (국정을 챙기느라) 머리가 아프다”는 그의 하소연은 빈말이 아닐 수 있다.

06 ‘승마공주’가 잡혔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1월1일 덴마크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해 8월 독일로 도피한 지 5개월여 만이다. 정유라는 침착하게 의혹들을 설명했는데, 거짓말이었다. 돈이 없어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고 했지만 변호인 얀 슈나이더는 덴마크 대형 법률회사의 전문 변호사였다.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초등학교 때라고 했지만 2014년 10월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나왔다. 학점이 잘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지만 지난해 따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과 관련 교수들을 만난 것이 들통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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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박 대통령 일가 주변에서 자꾸 멀쩡하던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 EG 회장의 10여 년 된 수행 비서 주아무개씨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11년 벌어진 박 대통령 5촌 조카 간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누군가의 사주에 의한 타살 의혹이 SBS 를 통해 한창 불거지던 때였다. 숨진 주씨는 방송 제보자란 설이 돌았다. 경찰은 “부검 결과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인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지만 의구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08  박 대통령의 ‘친정’인 새누리당 상황이 점입가경이다.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추인하는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됐다.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불참하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강성 친박 인적 쇄신에 제동이 걸리면서 인 비대위원장의 거취도 불투명하게 됐다. 앞서 인 비대위원장은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친박 핵심을 겨냥해 “종양의 뿌리를 없애야 한다”며 암덩어리에 비유했다. 이에 서청원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거짓말쟁이 성직자”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09 핀란드가 거대한 실험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2년 동안 일자리를 잃어 복지수당을 받는 국민 중에 2천 명을 선정해 매달 560유로(약 71만원)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실시한다.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은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신고할 필요가 없다. 실업률이 8%에 이르는 핀란드 정부는 기본소득제가 고용 창출과 빈곤 감소에 도움이 될지 관찰하려 한다.

10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는 갈수록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기 때문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이 발달하면서 10년 안에 18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청소원과 상점 판매원 등 노무직 등은 로봇 등의 대체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 상실의 시대에 기본소득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대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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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소노동자
국회 청소노동자 200여 명이 1월2일 정규 국회 직원이 됐다. 노동자들은 감회에 젖었다. 자신들의 이름이 적힌 정식 국회 출입증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매일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했지만 고용 불안에 시달렸다. 청소복은 5년 동안 하복, 동복 두 벌만 지급됐다. 그러나 이젠 고용 불안과 정규직과의 차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너무 늦게 직원으로 모셨다”고 큰절을 올렸고, 노동자들도 맞절로 화답했다.


이인화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구속됐다. 사람들에겐 소설 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미화한 소설 의 저자 이인화(필명)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류씨는 독일에 있으면서 시험도 치지 않은 정유라의 편의를 봐줬다. 조교를 시켜 시험 답안지를 대신 작성해줬다. 과거 그의 작품을 둘러싸고 끊이지 않던 표절 의혹은 추락을 예고한 복선이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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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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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무관세로 신선란 3만5천t을 수입하기로 했다. 개수로 약 6억 개다. 국내에서 보름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탓에 3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면서 달걀 수급에 비상이 걸린 끝에 내놓은 대책이다. 달걀은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들여온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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