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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 이주의 숫자
등록 2016-11-08 18:01 수정 2020-05-03 04:28

01  금방이라도 울 듯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월4일 다시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했다. 10월25일 이후 열흘 만이다. 1분40초짜리 1차 녹화 사과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고 뒤늦게 깨달은 것일까. 이번엔 생방송이었다. 그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다”라고 검찰 수사를 수용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식물이 된 대통령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신세 한탄을 했다.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다시 국가안보를 꺼냈다. 누리꾼들은 “나 불쌍한 사람이에요. 좀 봐주세요” “여전한 유체이탈 화법, 안보팔이”라는 싸늘한 글을 올렸다.

02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그들은 어디 있었을까. 최순실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구치소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검문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던 최순실은 구속돼 이젠 서울구치소에서 서울중앙지검을 드나든다. 10월31일 중앙지검에 처음 출석해 명품 프라다 구두 한 짝과 함께 “죽을죄를 졌다”는 말을 남긴 그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11월2일 안 전 수석도 긴급 체포됐다.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자금을 모은 혐의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하수인을 자처했다.

03  느닷없이 그가 등장했다. 퇴진과 하야, 탄핵의 목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홀연히 드러낸 김병준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 깜깜이 불통 인사였다. 야당은 물론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도 몰랐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망신살이 뻗쳤다. 문자로 후임 통보를 받았다는 말이 돌았고, 바로 이임식을 하려다 청와대의 만류로 부랴부랴 연기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조정실장을 한 김 후보자. 야권은 인준을 거부한다. 총리가 될 길은 험난해 보인다.

04  이 와중에 전혀 분위기 파악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추진위원회다. 서울 광화문광장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세우겠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내라고 응원이라도 보내고 싶었던 것일까. 위원장인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박 전 대통령 하나 떳떳하게 세우지 못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며 모금운동을 예고했다고 한다. 누리꾼들은 “이 판국에 정말 대단하다”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니냐”고 조롱한다.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한겨레 김정효 기자

05  하 어수선한 시국 속에 그가 떠났다.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식이 11월4일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졌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317일 만이었다. 4일 밤 9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모의 밤이 거행됐고, 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집전 아래 장례미사가 치러졌다. 고통스런 연명치료와 이어진 부검 논란 탓에 안식을 얻지 못했던 백남기씨는 6일에야 광주 망월동 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전남 보성군 웅치면, 그가 일구던 밀밭에선 후배들이 파종한 밀이 다시 자랄 것이다.

06  코레일이 운행하는 지하철은 자주 멈춘다. 10월22일 분당선 지하철이 왕십리역 인근에서 1시간10분 동안 멈췄다. 17일에도 코레일 소속 인천행 지하철이 종로3가역에서 1시간 이상 멈췄다. 모두 대체 기관사가 투입된 차량이었다. 정부의 성과연봉제 밀어붙이기 탓이다. 철도노조는 성과연봉제가 불러올 인원 감축으로 안전운행을 할 수 없다며 두 달여 파업을 벌이고 있다. 코레일 쪽은 고집불통이다. 무리하게 대체 기관사를 투입한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로 잡는 쪽은 코레일이다.

07  서해 바다가 한 차례 요동쳤다. 해양경찰이 11월1일 불법 조업을 일삼아온 중국 어선에 처음 기관총을 발사했다. 해경은 인천시 옹진군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 2척을 나포했다. 중국 어선 30여 척이 몰려들자 M60 기관총탄 600여 발을 발사했다. 이 와중에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은 우리를 씁쓸하게 만든다. 일부 누리꾼은 “한국이 중국 어민들의 생명을 이용해 최순실 의혹 등 국내 정치적 전환점으로 삼는다”고 했다. 터무니없지만 한구석이 허전한 까닭은 뭘까.

08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11월8일 치르는 미국 대선의 판세가 막판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두 차례 텔레비전 토론을 엉망으로 치르면서 대세가 갈린 듯했지만 뚝심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0월28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전자우편 스캔들 재수사에 나선 게 계기가 됐다. 수사는 트럼프의 음담패설과 성추행 의혹에 질려 있던 공화당 지지자들이 마음을 바꾸는 근거가 됐다. 11월4일 발표된 와 전국 여론조사에선 클린턴이 45%, 트럼프가 42% 지지를 얻어 백중세를 보였다. 과연 클린턴은 트럼프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유리벽’을 뚫을 수 있을까.

09  백팔번뇌가 사라졌다. 미국 시카고 컵스가 11월5일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1876년 창단한 시카고 컵스는 1908년 이래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908년은 한국 역사에서 고종황제가 대한제국을 세운 지 2년 되던 때였으니 까마득한 세월이다. 1945년 월드시리즈에서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던 컵스 팬이 제지당하자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는 염소의 저주도 풀렸다.

10  해적당 집권 시대가 펼쳐질까. 10월29일 아일랜드 총선에서 신생 소수정당인 해적당이 약진했다. 해적당은 전체 63석 가운데 10석을 확보했다. 2012년 해커와 온라인 활동가, 무정부주의자 등이 모여 만든 해적당은 창당 1년 만에 의회에 진출했다. 해적당은 직접민주주의와 시민들의 무제한적 정치 참여, 인터넷 자유화, 부자 증세를 옹호한다. 당의 로고도 바람에 휘날리는 해적선의 돛대와 돛이다. 비르기타 욘스도티르 해적당 대표는 “의적 로빈 후드처럼 권력자들에게 권력을 빼앗아 민중에게 돌려주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 다운



두산베어스 제공

두산베어스 제공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요즘 시국에 드물게 웃는 사람도 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1월2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은 2연패 한국시리즈 최소실점(4경기 2실점) 신기록도 덤으로 따라왔다. 그는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한다. 좀체 간섭이 없다. 그러나 선수 상태를 파악하는 능력은 귀재다.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라 불리는 김 감독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한겨레 강창광 기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위태위태하다. 8월 ‘섬김’ 리더십으로 당대표가 된 지 석 달 만에 ‘최단명’ 당대표가 될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 비서 출신임을 속일 순 없었다. 때론 생뚱맞은 단식으로, 때론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친구에게 물어본다’는 궤변으로 ‘주군’ 박근혜 대통령을 육탄으로 섬겼지만 내내 당 안팎의 여론과 역주행했다. 당내 대선 주자들은 “재창당의 첫걸음은 이정현 대표 사퇴”라고 주장한다. 언제까지 버틸지….







이주의  숫자


5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까지 떨어졌다. 11월4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발표한 수치다. 한 주 전보다 12%나 폭락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대 최저치 기록 6%를 돌파한 신기록이다. 19~20살, 30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률은 1%로 참담한 수준이다. 이제 박 대통령 지지자는 눈 씻고 찾아봐야 할 정도다. 아직 모른다. 어디까지 떨어질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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