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나흘 만이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경기도 남양주의 한 지하철 공사 현장이 폭발로 주저앉았다. 4명이 사망하고 10여 명이 부상당했다. 규제를 완화하고 위험노동을 외주해온 결과,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가 잇따르는 사회가 됐다. 다시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나서야 우연히 살아남았음을 통탄하지 말자. 이윤이 인간을 부리고, 효율이 안전을 지배하는 세상을 바꿔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02 3년 만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만났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관심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다. 전망은 엇갈린다. 바람 잘 날 많아지면 그만큼 만날 가능성도 무성해진단 입장과 몇 번 바람이 분다고 나무가 뽑히는 건 아니란 시각이 공존한다. 물론 북한이 스스로 태풍이 될 순 있다. 핵심은 역시 ‘핵’인데, 시진핑 ‘따거’의 ‘지도력’을 김정은 위원장이 따르느냐가 관건이다.
03 하루 만이다.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의 ‘핸드사인’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전시됐다가 파손됐다.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는 이름의 이 작품은 일베에 대한 ‘가치중립’을 표방하며, 일베 표상에 대한 공공 반응을 살피는 의도라고 설명됐다. 하지만 전시되자마자 ‘혐오표현’에 대한 결과적 인정이란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작품 전시 하루 만에 ‘랩퍼성큰’ 등에 의해 파손됐다. 이후 예술 표현의 자유와 공공적 표현의 한계에 대한 뜨거운 논란이 발생해 그럭저럭 작가의 의도는 완성됐다.
04 30년째다. 감사원 감사 결과, 1986년 이후 병사들은 같은 침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유구한 상황은 육사 출신 ‘별’들이 납품업체를 차리고, 서로 별들에게 선을 댄 ‘스타워즈’가 낳은 참상이었다. ‘내가 안 되면 너도 안 된다’는 복마전 속에서 병사들은 아버지가 폈던 침낭을 아들이 개는 연결고리로 묶여 있었다. 감사원 발표 이후,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국방부는 ‘30년째 쓴 것은 아니라, 중간에 교체는 했다’고 밝혀 연결고리는 ‘아버지-아들’이 아닌 ‘삼촌-조카’라고 정정됐다.
05 70년 만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국인을 강제동원해 노동시킨 일본 기업 미쓰비시가 중국인 피해자 3천 명 이상에게 1인당 10만위안(약 1800만원), 최대 752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미쓰비시는 “중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여 열악한 조건하에서 노동을 강제한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한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늦은 화해는 화해가 아닐 수 있다.
06 16일 만이다. 속절없이 오락가락하던 빗줄기 같던 새누리당이 드디어 비상대책위원회 우산을 폈다. 새누리당은 5월17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지만, 친박계의 훼방으로 무산된 바 있다. 총선 패배에도 ‘리모컨 정당’에서 못 벗어나던 새누리당은 6월2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 1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펴지긴 했는데, 달라진 건 없다. 비박계 인사는 대거 탈락했고, 친박계 인사는 자리를 지켰다. 채널 고정.
07 20년 만이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1996년 12월 아시안컵 이란전 이후 처음으로 6실점을 했다. ‘월드클래스’의 맛은 뜨거웠다. 세계랭킹 1위 스페인과 A매치를 한 국가대표팀은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 끝내 ‘야구 스코어’로 대패했다. 장맛처럼 묵은 고질적 ‘수비 불안’과 오뉴월 개처럼 늘어진 둔탁한 ‘공격력’의 혹독한 현실 속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제 시작하는 게 ‘유로 2016’이지, 러시아 월드컵은 아니란 점뿐이다.
08 2년6개월여 만이다. 대법원이 출범 당시 약속했던 콘텐츠 투자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종합편성채널(종편)에 대한 과징금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1년 승인 과정에서 방송산업의 질적 도약을 약속하며 어마어마한 투자 계획을 밝혔던 종편 4사는 이후 ‘재방송’에만 몰두하며 투자에 인색했다. 참다 못한 방송통신위원회가 3750만원씩 과징금 처분을 내리자 이마저 억울하다며 법에 호소했다. 물론 과징금만 내면 된다. 채널 허가가 취소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09 46개월째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국정과제 세미나’에서 “어차피 전세 시대는 갔다”며 “전세라는 이름은 옛날의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만에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다. 서울 전셋값이 46개월째 상승했다. 강남 평균 전셋값은 4억3886만원을 넘어섰다. 전셋값 상승 국면이 4년여간 이어지며, 5월 말 기준 서울 주민등록 인구는 999만5784명을 기록해 28년 만에 서울 인구는 1천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비싸지면 조금 비워진다.
10 14일 만이다. 은퇴 번복 논란에 휩싸였던 두산 베어스 투수 노경은이 롯데 자이언츠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노경은은 한때 두산 마운드의 ‘노경은총’으로 군림했지만, 2014년 이후 까닭 모를 하락세를 겪어왔다. 노경은의 역방향 KTX를 타게 된 고원준 역시 ‘오른손 류현진이 될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넥센에 이어 롯데에서도 유흥에 대한 뒷소문만 무성했다. 두 선수 모두 구설을 딛고 재기하길 기원한다.
‘메이크업’의 모바일 침공이 본격화됐다. 중국 업체 메이투(Meitu)에서 출시한 ‘메이크업플러스’(Makeup Plus)는 셀카 앱으로 다양한 필터 작업을 통해 얼굴을 보정해 보여준다. 5월27일 기준, iOS 다운로드 2위를 기록했는데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타이 등에서 동시에 돌풍이다. 바야흐로, ‘나는 메이크업한다. 고로 아무렇게나 찍는다’의 시대다.
“조금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릅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대한 추모 트윗을 올렸다 곤죽이 됐다. 안 대표는 해당 트윗을 삭제했지만, ‘위험노동’에 대한 그의 세계관을 ‘조각 모음 해봐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협상이 시작됐다. 정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6월2일 전원회의를 열었다. 경영계는 장기간 경기 침체 상황을 강조하며, 올해 최저임금인 6030원의 동결을 요구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이번에야말로 ‘최저임금 1만원’을 관철할 때라고 벼르고 있다. 변수는 위원회 바깥에 있다.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정의당은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여소야대’ 국면이 최저임금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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