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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지만, 아니다’.
조만간 이런 문패를 단 고정 코너가 개그 프로그램에 당당히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9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보인 ‘서초동 콘서트’는 본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앞서 맛보기로 내놓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선 꽤나 성공작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법이야말로 사회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니까. 법관들이, 단어가 지닌 원뜻 그대로의 의미에서, 가장 ‘보수적’ 행태를 보이는 건 그 자체로 영예요 자랑할 만한 일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온몸으로 지켜내려는 대상이다.
법원은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 국가정보원이 행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이기까지 한 ‘여론 조작’ 활동에 대해 ‘불법 정치 관여는 맞으나 대선 개입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위반을 인정할 경우,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 앞에 고뇌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했지만, 아니다’라는 해괴한 논리의 고뇌에 찬 판결은 정작 보수 성향의 판사들조차 한껏 조롱하고 있다. 법원 내부 게시판엔 실명으로 해당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파장을 우려한 대법원이 서둘러 삭제해버린 그 게시글의 제목은 이랬다. ‘법치주의는 죽었다’. (그랬다. 내가 아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그 판사는 여러모로 ‘보수적’ 성향을 띤, 어찌 보면 전형적인 ‘법관형’ 캐릭터다. 사회 내에서 통용되는 가치를 올곧게 신봉하는,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인’ 인물. 개별 사안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그를 꽤나 좋아하는, 이번 판결에 진정으로 분개했을 그를 이해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럴진대,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평가는 굳이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듯하다. 정히 의심된다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아닌’ 나랏일 사례 몇 개만 떠올려보자. “오늘도 기분 좋게 5통화했어요~♬ 박근헤 후보 후원계좌인데 대선 승리로 가는 큰 힘이 됩니다. ARS 후원전화 (1통화에 3000원) 080-700-2013 여러 통화해도 됩니다.”(2012년 10월28일) “편하게 살 수도 있을 텐데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념으로 모든 걸 버리고 희생하는 박근혜 후보를 밀어주어야 합니다.”(2012년 11월21일) “확실하게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후보의 로고송입니다. 무한 RT 부탁해요.”(2012년 11월30일) “문재인 부친이 북괴 인민군 장교 출신???”(2012년 12월8일) 사례로 든 트위터 글은 모두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해 올린 글이다.
“신뢰가 없는 곳에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판사의 글에도 들어 있는 이 문구는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입에 못이 박히도록 내뱉은 말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대법원이 삭제한 판사의 글 전문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4894.html?_fr=mt1’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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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지만, 아니다’.
조만간 이런 문패를 단 고정 코너가 개그 프로그램에 당당히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지난 9월1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보인 ‘서초동 콘서트’는 본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앞서 맛보기로 내놓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선 꽤나 성공작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법이야말로 사회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니까. 법관들이, 단어가 지닌 원뜻 그대로의 의미에서, 가장 ‘보수적’ 행태를 보이는 건 그 자체로 영예요 자랑할 만한 일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온몸으로 지켜내려는 대상이다.
법원은 2012년 대통령 선거 직전 국가정보원이 행한 조직적이고 악의적이기까지 한 ‘여론 조작’ 활동에 대해 ‘불법 정치 관여는 맞으나 대선 개입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 위반을 인정할 경우, 지난 대선 결과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적 귀결 앞에 고뇌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했지만, 아니다’라는 해괴한 논리의 고뇌에 찬 판결은 정작 보수 성향의 판사들조차 한껏 조롱하고 있다. 법원 내부 게시판엔 실명으로 해당 재판부의 판결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파장을 우려한 대법원이 서둘러 삭제해버린 그 게시글의 제목은 이랬다. ‘법치주의는 죽었다’. (그랬다. 내가 아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그 판사는 여러모로 ‘보수적’ 성향을 띤, 어찌 보면 전형적인 ‘법관형’ 캐릭터다. 사회 내에서 통용되는 가치를 올곧게 신봉하는, 그래서 지극히 ‘상식적인’ 인물. 개별 사안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그를 꽤나 좋아하는, 이번 판결에 진정으로 분개했을 그를 이해하는 이유다.)
사정이 이럴진대,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평가는 굳이 들먹일 필요조차 없을 듯하다. 정히 의심된다면,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 아닌’ 나랏일 사례 몇 개만 떠올려보자. “오늘도 기분 좋게 5통화했어요~♬ 박근헤 후보 후원계좌인데 대선 승리로 가는 큰 힘이 됩니다. ARS 후원전화 (1통화에 3000원) 080-700-2013 여러 통화해도 됩니다.”(2012년 10월28일) “편하게 살 수도 있을 텐데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념으로 모든 걸 버리고 희생하는 박근혜 후보를 밀어주어야 합니다.”(2012년 11월21일) “확실하게 준비된 여성 대통령 박근혜 후보의 로고송입니다. 무한 RT 부탁해요.”(2012년 11월30일) “문재인 부친이 북괴 인민군 장교 출신???”(2012년 12월8일) 사례로 든 트위터 글은 모두 국정원 직원이 직접 작성해 올린 글이다.
“신뢰가 없는 곳에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판사의 글에도 들어 있는 이 문구는 정작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내내 입에 못이 박히도록 내뱉은 말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대법원이 삭제한 판사의 글 전문은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54894.html?_fr=mt1’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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