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손발이 오그라들기는 하지만, 패기 넘치는 젊은 검사는 무능하고 소심한 간부급 검사 앞에서 종종 이런 말을 한다(영화 에 나오는 강철중 검사를 떠올리면 된다). 현실 속 검사는 그렇게 폼나게 옷 벗지 않는다. 옷 벗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 이야기다. 그는 최근 사람이 멀쩡히 오가는 제주 시내 왕복 7차선 도로변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을 통해 사건이 처음 알려지자] 그는 지난 8월17일 서울로 올라와 검찰 출입기자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을 ‘검경 갈등’의 희생양으로 몰아가려는 듯한 발언도 했다. 김 전 지검장의 일방적 주장이 이어지자 경찰도 8월19일 기자 브리핑을 통해 검거 당시 그의 바지 속에서 베이비로션 등이 발견됐다는 사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속 남자의 바지 지퍼가 열려 있었다는 사실 등을 추가로 공개했다.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한 게 아니라 “관사 근처에서 산책을 했을 뿐”이라는 김 전 지검장의 주장과 달리, CCTV에 찍힌 것은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19금’ 영상이었다.
[김 전 지검장 사건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역시 CCTV였다.] 경찰은 8월22일 범행 현장 주변 등에서 확보한 10대의 CCTV 영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넘겨 정밀 감정해보니 화면에 등장하는 피의자와 김 전 지검장이 동일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얻었다고 밝혔다. 김 전 지검장은 지난 8월18일 사표를 제출한 뒤 곧바로 면직 처분을 받아 자연인 신분으로 검찰에 넘겨졌지만, 검사 생활을 통해 한 가지 교훈만큼은 확실히 남겼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옷 벗으면 진짜 옷 벗는 일이 생긴다는 사실.
최성진 사회정책부 기자 csj@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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