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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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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길

등록 2014-08-05 15:34 수정 2020-05-03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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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보다도 못하는 거네.”
7·30 재보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뒤,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주 레드 기획 꼭지(81~84쪽)에 실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팬 이야기를 준비하던 기자에게 한 동료가 한마디 던진 거다. 한화 이글스는 5년간 400번 이상 패배를 기록했을뿐더러, 올해 시즌에도 승률이 3할대에 그치는, 말 그대로 다른 8개 팀에는 호구 잡힌 팀이다. 최근 몇 차례 치러진 선거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둔 성적표는, 이같은 한화 이글스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번 재보선 참패는 가히 클라이맥스 격이다. 온갖 실책과 무능, 부정과 오만을 일삼아온 정부·여당이지만, 제1야당은 너무도 만만한 허약한 상대였음이 여실히 증명됐다. 수없이 지고 허무하게 지고 처참하게 지는 팀. 그래도 한화 이글스엔 끝까지 믿어주며 열렬하게 응원하는 열혈 팬들이 있다. 참패 이후 제1야당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한 전문가는 이렇게 답했단다. “제1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일이더라. 2주 동안은 성찰적 분위기를 보이다가 보름이 지나면 분파(계파)적 이해가 슬슬 고개를 든다.” 농락당하고 버림받은 초라한 제1야당이 한화 이글스처럼 누군가로부터 변치 않는 사랑을 누릴 수 있을지는 오로지 그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 진짜 심판은 아직 시작도 안 됐다.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는 다시 떠났다. 기사 마감을 서둘러 끝낸 뒤 짐을 꾸려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대전까지 걸어서 되돌아오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생 두 아버지의 도보 순례길에 함께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8일 정은주 기자가 순례를 시작하는 두 아버지를 만나러 출발 장소인 안산 단원고로 향했을 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취재길’이었다, 하지만 ‘딱’ 1박2일만 함께 걷겠다던 그는 어느새 순례단의 전체 일정을 도맡아 챙기는 유능한 로드매니저가 되어 있었다. 두 아버지의 점심과 저녁 식사 장소를 정하고 숙박 장소를 섭외하며 지원 차량을 수배하는 일, 순례 일정에 동참하려는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일정을 알리고 조정하는 일 모두가 그의 몫이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순례단 소식을 전하는 틈틈이, 본연의 ‘취재’ 업무 역시 게을리할 순 없었다. 두 아버지와, 그 곁을 지키는 로드매니저는 그렇게 460km를 걸어 지난 7월28일 한이 서린 비극의 현장 진도 팽목항에 도착했다. 36~41쪽에 실린 정은주 기자의 순례 동행기는 ‘길 위에서’ 보낸 21일 동안의 소중한 일기다. 그 길을 이제 다시 되돌아온다. 두 아버지가 예정대로 8월15일에 모든 일정을 무사히 마무리할 때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은 안산~진도 여정 때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계정(www.facebook.com/hankyoreh21)을 통해 순례단 소식을 계속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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