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소한 사진사가 거대한 사마귀에게 대포 같은 사진기를 들이대며 결투를 요청한다. 찰칵 소리와 동시에 사마귀는 상대의 급소와 관절에 연속타격을 가하는 당랑권(螳螂拳)으로 매운맛을 보여줄 예정이다. 당랑권은 사마귀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은 중국 무술이다. 종횡무진 골목에서 뛰어놀던 개구쟁이 시절, 무협만화에서 본 당랑권을 어찌나 흉내 내고 다녔던지. 누나에게 대들다가 매번 얻어터지면서도. 2015년 늦여름 전북 남원 지리산 아래.
사람보다 신박한 동물이 있을까.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아무 데나 있다. 사람만큼 오묘한 동물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세상사 신비한 동물은 차고도 넘친다. 사람은 사람이라는 동물에 대해 반도 모른다. 사람은 사람 아닌 동물에 대해 반의반도 모른다. 사람은 자신의 모름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독특하다. 인간의 역사는 자신과 동물을 쉼 없이 탐구함으로써 모름을 앎으로 바꾸려는 몸부림의 여정이었다.
글과 그림을 비롯한 재현의 역사에서 동물은 처음부터 주인공이었다. 선사시대 어두컴컴한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부터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미술관의 ‘화이트 큐브’까지, 동물은 주연이자 조연이었다. 신앙인데 먹거리였다. 사냥감인데 사냥도구였고, 교통수단인데 반려자였다. 사물이자 노예인데, 연인이었다.
동물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표현하고픈 욕망의 이유는 달랐을지라도 멈출 수 없는 끌림은 비슷한 성질의 것이었다.
그림 ‘메두사호의 뗏목’으로 유명한 프랑스 낭만주의 화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말을 즐겨 그렸다. 그가 1821년 ‘엡섬 더비 경마’를 그렸을 때 사람들은 달리는 말의 모습에서 아무런 이상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기는커녕 ‘달리는 말을 제대로 표현했다!’며 감탄했을 것이다. 같은 이상함을 약 1500년 전의 고구려 무용총 ‘수렵도’에서도 발견할 수 있지만 누가 굳이 지적한단 말인가. ‘우리 조상들은 말을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모습을 정말 제대로 그렸구나!’라고 탄복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거지. 옛사람들은 달리는 말을 정확하게 볼 수단이 없었기에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수단이 있어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데 익숙하기에 그렇게 보고 만다.
달리는 말이 과연 공중에서 네 발을 뻗는지 궁금했던 부자가 있었다. 미국의 철도기업가이자 정치인이던 릴런드 스탠퍼드였다. 친구들과 거액의 내기마저 걸었던 그는 움직임을 연구하는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한다. 1878년 24대의 카메라를 이용한 ‘움직이는 말’(The horse in motion)이 ‘제대로’ 발표됐을 때, 사람들은 놀랐고, 재빠른 화가들은 그림을 고쳐 그렸다.
약 150년 전, 느려터진 카메라와 감광재료를 가지고 머이브리지가 동물의 놀라운 순간을 포착한 뒤로도 사진기계의 발전은 멈춘 적이 없었고, 그런 기계공학과 광학기술의 발전을 적극 활용한 동물사진 역시 수없이 발표됐다. 최고 성능의 카메라와 렌즈를 십분 활용하는 사진의 한 분야가 바로 동물사진이다. 맨눈으로는 볼 수도, 알 수도 없었던 동물들의 감춰진 모습을 이제 우리는 거실에 앉아 차를 즐기며 맨눈으로 본다.
그런데도 욕심은 끝이 없다. 놀라운 장비를 가지고도 더 놀라운 동물의 모습을 포착하려는 거룩 찬란한 포부로 아기새의 발에 본드를 바른 뒤 나뭇가지에 앉히고 어미새를 유인하는 사진사들의 소식은 잊을 만하면 또 들려온다. 사진 찍는 마귀일까. 줄여 ‘사(진)마귀’라 부른다면 사마귀가 나를 당랑권으로 벌하려나.
사진·글 노순택 사진사
*노순택의 풍경동물: 어릴 적부터 동물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동물을 키우려고 부모님 속을 썩인 적도 많았지요. 책임의 무게를 알고부터 키우는 건 멀리했습니다. 대신 동물책을 많이 읽었지요. 시골로 내려와 살기 시작하면서 개와 닭과 제가 한 마당에서 놉니다. 작업을 위해서, 또는 다른 일로 국내외 여러 곳을 오갈 때면 자주 동물원에 들릅니다. 편안한 마음과 불편한 마음이, 마치 거울을 보는 것처럼 스며들거든요. (격주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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