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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입 장사꾼’ 평생교육원

지역 주민들 위한 설립 목적 잊고는 졸업 뒤
상위 대학으로 학사편입 ‘미끼상품’ 내걸고 편입생 유치 경쟁
등록 2014-07-17 14:41 수정 2020-05-03 04:27
대졸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18일 오전 대전광역시  서구 연자1길 배재대학교 졸업식을 마친 학생이 학사모를 쓴 채 취업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대졸 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18일 오전 대전광역시 서구 연자1길 배재대학교 졸업식을 마친 학생이 학사모를 쓴 채 취업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 시대의 교양은 어떻게 생산되는가. ‘필수교양’이란 지위를 부여받은, ‘대학생이 필수적으로 갖추지 않으면 안 되는 교양’은 누가 규정하는가. 평생 해야 할 ‘평생교육’은 어쩌다 편입학 수단으로 전락했나.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한 대의’ 앞에서 취업의 하위 도구로 재정의될 것을 요구받는 ‘교육’과 ‘교양’과 ‘학문’의 비루한 현실을 살폈다. 의 ‘대학독립언론네트워크’에 서울대 독립언론인 이 이번호부터 새로 참여하게 됐다. _편집자


“그런데 평생교육원에서 학사편입 되는 거 아시죠?”

ㅅ대학교 평생교육원 상담원은 말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입학 상담을 위해 전화했다고 여긴 듯했다.

“지금 수능 등급에서 갈 수 있는 대학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갈 기회가 생긴다고 보시면 돼요.”

그는 평생교육원이 편입학을 통해 진학 대학을 업그레이드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었다. 평생교육을 책임진 기관에서 편입학 희망 학생들 모집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풍경이었다. 상담원은 통화 내내 당황스러울 정도로 학사편입의 장점을 늘어놓았다. 마지막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날 잡아서 한번 상담하러 오세요.”

주 타깃은 수능 성적 낮은 고3 학생들

평생교육원은 문자 그대로 평생교육을 위한 기관이다. 대학들은 지역 주민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할 목적으로 평생교육원이나 전산원(전자계산교육원) 같은 기관을 부설로 두고 있다.

평생교육원과 전산원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관 중 하나다. 학점은행제를 통하면 대학 평생교육원과 전산원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하거나 독학학위취득시험 및 국가기술자격 취득 등의 방식으로 학사 학위를 얻을 수 있다. 10대와 20대에 집중된 교육 현실을 개선하고 국민의 평생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1995년부터 도입된 제도다.

“일반대학에서 학사 학위를 받으려면 4년간 공부해야 한다. 평생교육원에서는 3년만 공부하고 부족한 학점은 자격증 취득으로 채울 수 있어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 강의의 질 또한 만족스러운 편이다.”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에 재학 중인 박지환(가명)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평생교육기관은 학습자가 원하는 내용의 교육을 효율적으로 받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설립 목적을 벗어난 평생교육원과 전산원도 있다. 일부 대학 평생교육원 누리집은 편입학원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학사편입에 성공한 학생과 그들이 편입한 대학 이름이 보란 듯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은 4년제 학사 학위를 취득해, 경쟁률이 일반편입보다 낮은 학사편입으로 손쉽게 ‘인 서울 대학’(서울 4년제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홍보한다.

편입은 크게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으로 나뉜다. 일반편입은 2년제 대학 졸업자나 4년제 대학 4학기 이수자(2학년 이수자)가 지원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학사 편입은 4년제 학사 학위(4년제 대학 졸업자가 얻는 학위)가 있어야 지원할 수 있다. 일반편입은 경쟁률이 높지만, 학사편입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 일부 대학 평생교육원은 학사편입의 특성을 이용해 자신들을 편입의 지렛대로 활용하라고 홍보하는 것이다. 평생교육의 취지를 벗어난 ‘편입장사’라고 할 수 있다.

평생교육원과 전산원의 편입장사 대상은 이제 막 수능이 끝난 고3 학생들이다. 그중에서도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주 타깃이다. 직원들은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에 직접 찾아가 ‘수능 성적이나 내신에 상관없이 다 받아주겠다. 여기 오면 4년제 대졸자와 동등한 학위를 2년 만에 딸 수 있다. 졸업 뒤 지금 학생들의 성적으로는 갈 수 없는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능이 끝난 뒤 그런 기관에서 학교로 온 적이 있었다. ‘인 서울 대학’에 쉽게 편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때 친구가 설명을 듣고 (전산원을) 갈지 말지 고민했었다.”

201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차은나(가명)씨는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한 일반계 고등학교 교사는 평생교육원의 편입생 유치 경쟁을 ‘돈벌이’라고 표현했다.

“‘인 서울 대학’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갈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다. 대학이 사설 편입학원을 흡수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편입 영어만 잘 보면 원하는 대학 편입?

기자는 ‘편입학을 원하는 학생’이라며 상담을 요청해봤다. 기자가 찾아간 ㄷ대학교 전산원과 ㅅ대학교 평생교육원은 더 많은 입학생을 유인하기 위해 달콤한 말들을 쏟아냈다.

상담원들은 입을 모아 “재수·삼수는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자기 기관에서 적당히 대학 생활을 즐기며 편입 영어만 공부하면 원하는 대학으로 편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적이 낮아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갈 수 없는 수험생이라면 혹할 만한 말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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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대학교 평생교육원 상담원은 “(소속) 학생들이 ㅅ대학교로 편입하거나 같은 학교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소속이 같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진 않지만 평생교육원에서 배운 교수와 같은 교수에게 수업을 받기 때문에 면접에서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 유치를 위해 인연이라는 ‘특혜’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평생교육원에 재학 중인 이준형(가명)씨는 반박했다.

“학사편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적 대학이 아니라 편입 영어다. 아무리 얼굴 도장을 찍었다 하더라도 ㅅ대학교 편입에 유리하진 않을 것이다.”

ㄷ대학교와 ㅅ대학교 평생교육기관은 편입시험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뭐든 했다. 시험에 나올 부분을 미리 알려주거나, 시험의 난이도를 낮춰 A학점을 받는 학생을 수두룩하게 양산했다. 수업 분위기가 엉망인 것은 물론이었다.

ㅅ대학교 평생교육원 학생인 전상훈(가명)씨는 “앞줄에 앉은 학생들 빼고는 수업을 듣지 않아 수업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 특히 컴퓨터 실습 시간은 학생들의 자습으로 진행되는데, 교수가 학생들을 관리·감독하지 않아 대부분의 학생이 그 시간에 게임을 한다. 심지어 교수가 졸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울 4년제 대학에 편입할 수 있다고 학생들을 끌어모았으니, 편입학원과 교류하는 일은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ㄷ대학교는 2011년부터 ‘ㅇ편입’과, ㅅ대학교는 2013년부터 ‘ㅈ편입아카데미’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 편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캠퍼스 안에 있는 학원을 다닐 경우 학원 수강료를 할인받기도 한다.

특히 ㄷ대학교 전산원과 편입학원은 깊은 연계를 맺고 있었다. ‘ㅇ편입 ㄷ대학교 전산원 지점’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학원은) ㄷ대학교 전산원 재학생 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학생들의 생활태도, 학습자세, 개별 지도와 같이 학생 ‘케어’에 집중된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이 학교 전산원 경영학과엔 ‘A클래스’라는 반도 따로 있다. 이 반에 들어가면 학과 교수가 전공뿐 아니라 편입 영어까지 관리한다. 교수는 편입학원에 있는 학생의 성적 자료를 열람해 학생을 관리한다. 편입학원은 전산원 시간표에 맞춰 학원 시간표와 커리큘럼을 짠다.

ㅅ대학교 평생교육원 한 해 수강료 수입 26억원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그 이유를 전산원 상담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가 학사편입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내야 (전산원을) 더 홍보할 수 있고, 그 홍보를 보고 많은 학생이 입학한다. 편입에 관련된 부분은 자격증 시험까지 전부 지원한다.”

이렇게 해서 ㄷ대학교 법인이 2013년 벌어들인 돈은 68억원(학교 누리집 공개)이었다. 같은 해 ㅅ대학교 평생교육원 수강료 수입은 약 26억원(학교 누리집 공개)이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비판했다.

“평생교육원의 취지는 고등교육이 담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입시 과열 현상에 편승해 평생교육원을 돈벌이로만 바라보는 태도다.”

박예람·서혜미·임유진 성신여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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