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목숨을 잃은 단원고 2학년8반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누나 이아름(25)씨, 그리고 2학년4반 고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가 750여km(1900리) 도보 순례길에 나섰다. 잊혀져가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실종자들의 조속한 귀환을 염원하기 위해서다.
유가족 순례단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84일째인 7월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해 전남 진도 팽목항(7월31일 예정)을 거쳐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하루 20~25km의 길을 40여 일 동안 걷는 고된 여정이다.
천주교 수원교구 안산 와동성당 신자인 김학일씨와 예비신자인 이호진씨는 길이 130cm, 무게 5kg의 나무 십자가를 짊어지고 길을 걷는다. “엄청난 참사가 일어났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으려 한다. 우리라도 지기로 했다.” 이호진씨가 말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차가운 바닷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느꼈을 고통만큼이야 하겠는가.” 김학일씨가 덧붙인다. 십자가에는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직접 글을 쓰고 묶어준 노란 리본 수십 개가 달려 있다. 기나긴 여정을 출발하기에 앞서 두 아버지가 아들들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듯한 단원고 2학년 교실 책상에서 ‘고통의 기도’를 하고 생존 학생들의 배웅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원고 학생들에게 이호진씨는 “20년, 30년 뒤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정부가 되고 권력이 되었을 때,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걷겠다”고 했다.
차가운 몸으로 돌아온 자식을 하루 간격으로 품에 안았던 두 아버지는, 아들을 다시 만난 지 꼭 100일째가 되는 8월6일과 7일, 길 위에서 노제를 지낼 예정이다. 아들 웅기군의 사진을 목에 건 김학일씨는 이렇게 소망했다. “원없이 걷고 원없이 울고 싶다. 아이들을 만날 때, 아버지들이 이런 노력이라도 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순례단은 머나먼 길을 떠나는 이유를 4개의 깃발에 담았다. “하루속히 가족 품으로” “특별법 제정, 진상 규명” “잊지 말아주세요, 기도해주세요” “기도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경기도·충남·전북·전남 등 각 도를 넘을 때마다 깃발이 늘어난다. 이호진씨는 “순례단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진도 팽목항에 도착할 즈음에는 실종자 11명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아름씨는 “단 하루라도 더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은 유가족 순례단과 함께한다. 기자들이 순례길에 동행하며 길 위의 소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한다. 또 누나 이아름씨가 꼼꼼하게 기록한 두 아버지의 일상을 매일매일 ‘누나의 순례 일기’라는 제목으로 공유한다. 몇 시간이라도 순례단과 함께 걸으며 용기를 북돋거나, 얼음물 한 병이라도 건넬 독자들이 로 연락하면 순례단과 연결해준다. 지독한 무더위에, 지독한 외로움에 행여나 유가족 순례단이 지치지 않도록 많은 독자의 관심을 부탁한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hankyoreh21)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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