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TV를 멀리한 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예능 프로그램도 보지 않아 유행어에 좀 뒤처져 핀잔을 받을 때도 종종 있을 정도죠. 가장 최근에 본 TV 예능이라면 항소심 판결을 받은 날 경기도 수원의 한 만두가게에서 잠깐 본 병영체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굉장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더라고요.
점입가경, 어느새 K1 검색을
사실 저는 건강상의 이유로 군면제를 받은지라 군대를 소재로 한 유머나 코미디 프로그램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거든요. 술자리에서도 군대 얘기를 하면 말없이 뒤통수를 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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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 프로그램을 본 기억은 없고 하루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들어가는데 그 인기 병영 프로그램에 출연한 외국인이 한국 군복을 입고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이번에 광고 찍게 되었다고 말하는 광고가 나오더군요. 보통은 건너뛰기 버튼을 누르는데 그 어눌한 말투가 우스워서 그 광고를 한번 끝까지 봤습니다. 아마도 “군복 말끔히 각 잡혀 있고 상명하복의 원칙에 따라 수상한 낌새가 보이는 목표물은 제거하는 군인 아저씨”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인간미 넘치고 약간 허술해 보여서 친숙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유튜브를 끄고 저는 평소 즐겨 하던 “현대전을 배경으로 한 1인칭 슈팅게임”을 실행하고 있었죠. 군대를 못 가 이력서에 ‘만기 전역’ 같은 단어는 쓸 수 없는 불필요한 좌절감을 풀기엔 TV 프로그램보단 게임이 적당했습니다.
이렇게도 TV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 리모컨을 움켜쥐게 만든 사건이 있었는데 이 인간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어느새 점입가경으로 검색창에 ‘K1, K2, K3’를 검색하고 있더군요. 세상에 강물에다 총알 수백 발을 쐈다는데 눈이 안 휘둥그레질 수 없었죠. 네, 저 말입니다.
강물에다 겨눈 총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총알이 들어가며 사정거리가 몇m인지까지 열정적으로 찾아보다 보수 언론으로 보이는 한 언론사의 기사를 보고 원인 모를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져 냉큼 브라우저를 닫아버렸습니다. 수백 발을 쐈는데 고작 목표에 두 발밖에 못 맞혔다는 뉘앙스의 기사였거든요.
강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 여권은 물론 스티로폼까지 껴안고 물에 뛰어든 남자가 받았을 총알 세례를 생각하니 게임을 다시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게임에서 총 맞아 죽는 사람이야 많지만, 저 북쪽 동네야 뉴스 나오는 거 보면 총 맞아 죽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만, 남한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죽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들고 정치범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공안 잡범인 제 신세도 좀 생각하게 되더라 이 말입니다.
물론 “접적 지역에서 통제를 불응하고 도주하는 자는 사격하게 돼 있다”는 군 관계자의 말도 봤지만, 수십 명의 군인이 수백 발의 총알을 쏴서 명중시켰어야 할 중죄를 저지른 사람이었는지는 군 당국의 수사를 통해 나오겠지만, 난민도 받아주는데다 사형선고도 3명의 판사가 내리고 사실상 그 사형제도 폐지된 나라에서 사는 제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우스꽝스러운 예능 프로의 군인 이미지는 다시 조금 멀어졌습니다. 세상에선 제가 즐겨 하는 3차원(3D) 게임같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니까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필사적인 이유로 그 차가운 강에 몸을 던졌을 ‘정치적 난민’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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