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요즘은 만나면 다 주식 얘기다. 대통령이 ‘주식으로 생활비 버는 나라’를 만들겠다는데 당연한 반응이다. 유례없는 ‘불장’에 코스피지수도 한때 4천을 돌파하자 빚내서라도 투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대세다. 그래서 초보자답게 투자 정석에 따라 시장의 흐름과 산업 전망을 보고 긴 호흡의 분산투자를 해보려 해도 소액으로는 아예 시장에 들어가기조차 어렵다. 인공지능(AI)이 전기를 많이 쓴다니 전력주는 계속 신고가를 경신하고, 우주·방산주도 누리호 발사되듯 치솟는다. 트럼프도 웃게 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 재건)의 조선주는 말할 것도 없다. 이제 외국인은 자꾸 판다는데 국내 기관과 개인은 계속 사들이니 혹시 ‘꼭지’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다. 저평가 우량주를 찾으려 해도 한때의 영부인까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보면 이 모든 게 주가조작 세력이 꾸며낸 거대한 트루먼쇼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한국 증시를 믿지 못하고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일소하고자 여야가 오랜만에 뜻을 모았다. 배당소득에 따라 최대 45%까지 누진세율을 매기던 종전과 달리 구간별로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그 결과 50억원 이상 배당소득을 받는 고작 100여 명에게만 5% 상향된 최고세율 30%가 적용되고 다수의 대주주는 세율이 25%로 완화된다. 배당금을 연 2천만원 받기도 힘든 대부분의 개미는 원래도 세율이 14%였으니 사실상 세제 혜택이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통해 주주 환원을 확대하고 개인 투자를 촉진해 주식시장이 곧 활성화될 것이라 한다.
이제 이런 믿음을 ‘테헤란로 이데올로기’라 부르자. 테헤란로 이데올로기라는 말은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에서 따왔다.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는 지역 특유의 보헤미안 문화에서 기인한 좌파적 성향, 첨단 테크놀로지를 신봉하는 기술 낙관주의, 신자유주의와 애국주의 등이 뒤섞여 탄생한 이데올로기를 뜻한다. 겉으로는 개방성과 공유, 반권위의 첨병인 첨단 정보기술이 낡은 권력구조와 불평등을 해체하고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리라고 주장하지만 실은 기술혁신을 위해 모든 정부 규제를 철폐하고 엘리트 기업인에게 전적으로 의사결정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 핵심이다. 트럼프의 오랜 벗 일론 머스크, 데이비드 색스, 마크 앤드리슨 등이 바로 대표적인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그다.
영국의 미디어 연구자 리처드 바브룩 등은 이 말을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따왔다. 마르크스는 정신이나 이념 같은 요소가 역사를 움직인다고 본 청년 헤겔학파의 관념론을 독일 이데올로기라 부르며 그 너머에 있는 현실의 물질적 경제 구조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이데올로기와 캘리포니아 이데올로기는 둘 다 현실을 은폐하고 현재의 질서를 정당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술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믿음이나 권력자들의 도덕이 사회 진보를 가져오리라는 허위의식으로 불평등이 심화하는 현실을 숨기는 것이다. 테헤란로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다. 상위 10%가 전체 배당소득의 90% 이상을 가져가는 불평등한 현실과 자산 격차를 도외시하고 관념적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선진국형 투자 문화를 형성하겠다고 설파한다. 그 결과는 둘째 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와 불평등 완화를 위한 세수 확충은 대체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한 명의 개미투자자로서 마냥 걱정스러울 뿐이다.
신성아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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