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불교 탄압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불법사찰’ 공작으로 전국 모든 사찰을 불법으로 만들더니, 이제는 ‘불심’을 검문하겠다고 한다. 좀 흥얼거리면 가방 열어보겠다는 것이다. 가방에서 목탁 나오면 흉기 소지로 잡아가려나. 불심으로 대동단결해야 하나, 아니면 요단강 건너서 만나리를 불러야 하나. 아니면 말고.
어리바리하던 대학교 1학년 시절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경찰에 붙들려 불심검문을 당했다. 가방에는 목장갑 대충 10켤레, 나일론끈 뭉치만 들어 있었다. 왜 이런 게 있냐고 했다. 학교에 이삿짐 나르러 간다고 했다. 경찰, 생긴 건 나만큼 어리바리했는데 의외로 바보는 아니었다. 주민등록증에 이어 학생증까지 요구했다. 정말 이 대학 다니냐고 했다. 다닌다고 했다. 그렇게 안 보인다고 했다. 어떻게 생겨야 하냐, 썅. 나보고 증명하란다. 어쩌라고. 입학시험 다시 볼까. 교가를 불러보라고 했다. 뭐 이런. 대학교 교가까지 누가 외우냐고 했다. 그럼 못 보내준다고 했다. 대충 고등학교 교가에 대학교 이름과 섞어 불렀다. 경찰은 어리바리한 놈 데리고 노는 게 끝났다 싶었는지 가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병신이었다.
복수를 다짐하던 대학교 2학년 시절. 불심검문을 당했다. 당하면 는다. 가방에는 유인물밖에 없었다. 경찰이 뭐냐고 했다. 보면 모르냐고 했다. 왜 이런 게 있느냐고 했다. 나눠주는 거 받았다고 했다. 학생이 왜 가방에 책은 없고 유인물만 있냐고 했다. 가방에 왜 책이 있어야 하냐고 했다. 그럼 뭘 담을 거냐고 했다. 유인물을 담지 않았느냐고 했다. 경찰이 다음 말을 받지 못했다. 경찰 손에 들린 가방을 빼앗아 들고 가던 길을 갔다. 어어. 경찰이 어어거렸다.
경찰이 흉악범죄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불심검문’이란다. 신났다. 불심검문, 목검문, 일선 경찰들은 힘들다, 효과 없다 난리인데 현장 모르는 경찰 윗분들만 신이 나셨다. 브라우니, 물어! 물어! 그런다고 말을 듣나 모르겠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100% 대한민국’을 들고 나왔다. 자기에게 투표 안 하면 대한민국 사람 아니라는 소리 나오게 생겼다. 대한민국이 스마트폰 배터리도 아니고, 무슨 재주로 100% 만땅을 채우냐 이 말이다. 앞으로 친박이 아니라 ‘친백’으로 바꿔야 하나. 사실상 100% 찬성으로 대통령 되신 분이 있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해드셨던 박 후보의 아버지가 그렇다. 대의원 2359명 가운데 무효표 2개가 나온 것은 애교로 봐주자. 사람 하는 일이 그렇지. 아니면, 일부러?
아버지의 그 모든 것을 사랑하는 박 후보는 100% 찬성도 사랑하나 보다. 박 후보 쪽이 했다는 ‘안철수 불출마 협박’은 100%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 모른다. ‘밀어서 출마 해제’시키려 했던 건가. 아니면 말고. 박 후보는 ‘불출마 협박’이 “친구끼리 한 개인적 대화라는데 확대해석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단다. 가령, 친구끼리는 “너, 죽을래”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그런 말을 정적 제거에 탁월했던 사람의 후손 쪽에서 듣는다면 나는 매우 무서울 것이다. 진짜 죽을까봐. 그런데 박 후보에게 친구는 있는지 모르겠다.
불심검문이고 100% 충전질이고 협박이고 보고 있으니 100% 방전되는 느낌이다. 누굴 정말 병신으로 아나.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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