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하자면, ‘예비 전과자’다. 지난해 11월29일이 입영일이었으나 병역거부를 선언했고, 이제 곧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확률이 99.9%이고 결국 최소 1년6개월의 징역을 받게 될 예정이다. 약 2년 전엔 체포돼서 유치장에 갇혔던 적도 있다. 서울 광화문에서 플래시몹을 하는 걸 체포하는 데 항의하다가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1·2심에서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았다며 무죄가 나왔으나, 상고당해 아직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밖에도 내 주변엔 전과자이거나 재판을 받아본 이들이 수두룩하다. 참으로 범죄친화적 환경인 셈이다.
그 사회를 알려면 감옥을 보라
성폭력이나 연쇄살인 같은 흉악한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면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사형 집행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강해진다. 그런 범죄자들은 짐승, 괴물, 사람만도 못한 존재로 묘사되고 비난받는다. 최근에는 학생 간의 폭력과 괴롭힘 사건이 연달아 언론에 보도되자, 가해자들에게 관용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바로 퇴학시켜야 한다거나 강력한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얘기도 신문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범죄 친화적(?)인 내 환경 때문일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거워진다. 물론 그 분노의 창 끝이 향한 곳은 범죄자와 가해자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어쩐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처벌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은 그게 그리 큰 잘못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고 무거운 처벌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성폭력 사건을 남성이 ‘본능에 휩쓸려 실수한 것’으로 보고 관대하게 보던 게 공공연하던 시절, 여성단체들은 처벌을 좀더 엄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범죄자를 너무나 쉽게 타자화하는 태도에서 비롯될 때는 아무래도 공감하기 어렵고 위험하다 싶기도 하다.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사이코패스’ 논리처럼 범죄의 원인과 책임을 온전히 개인의 성격 탓으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렇게 쉽게 범죄자를 타자화해도 될까? 범죄자에게 손가락질하는 그 사람들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악해지고 범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손가락질받고 처벌받는 그 자리에, 바로 내가 설 수 있는 것 아닐까? 곧 감옥에 가고 전과자가 될 예정인 나로서는 그런 이야기가 절실히 다가온다.
한 사회의 인권 수준을 알려면 감옥을 보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감옥에 갇히는지, 그리고 비난받고 처벌받는 사람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보면 그 사회가 인간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인권활동가들이 ‘감옥 인권’에 관심을 가지고 범죄자의 인권이 보장돼야 한다며 활동하는 것은, 범죄자도 인권을 가진 사람임과 동시에 그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것이 모두의 인권에도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범죄자와 범죄자 아닌 이가 그리 다르지 않은 인간이며, 누구나 그런 처지가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영국 작가 길버트 체스터튼은 작중 인물인 브라운 신부의 입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사악한 인간인지, 혹은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알 때 비로소 선한 사람이 됩니다. 범죄자들을 마치 외딴 숲 속에서 지내는 유인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롱하고 비웃으며 그들을 이야깃거리로 삼을 권리가 과연 얼마나 있는지 깨닫게 될 때까지는, 그들이 불완전한 두개골을 가진 하등동물이라고 떠들어대는 자기기만을 그치게 될 때까지는,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해자들을 마치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퇴학시키고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일 권리가 얼마나 있는지 깨닫게 될 때까지는, 연쇄살인범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사이코패스라고 떠들어대는 걸 그치게 될 때까지는, 우리는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공현 청소년인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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