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TV 뉴스 속보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늘 오후 5시, ‘주민증리크스’ 사이트의 개설자이자 주필인 어산지(魚山地)씨가 오스트레일리아 태즈메이니아에서 체포되었습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어씨는 멸종위기의 동물인 태즈메이니언 데블 앞에서 이상한 춤을 추고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어씨가 현재 한국 정부와 인터폴의 수배를 받고 있어, 그의 신병 인도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시사평론가인 허문탁씨를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자주민증이 만든 괴물
앵커 평소 기행을 일삼던 어씨가 이상한 범죄로 잡혔는데요. 한국으로 송환될까요?
허문탁 현지 경찰은 아직 한국 정부의 요청에 답변할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태즈메이니언 데블은 ‘세계에서 가장 이상한 악취를 풍기는 동물’로 손꼽히는데요. 어씨의 도발로 흥분한 동물들이 연쇄적으로 악취를 풍겨 태즈메이니아 전역에 비상사태가 선포되었습니다. 현지인들은 한국 송환은 말도 안 된다며, 현지에서 태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름과 활동 때문에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와 착오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 체포된 어산지는 한국인이죠?
허문탁 그렇습니다. 어씨는 연평도 인근에서 자라난 한국 토박이인데요. 아버지가 원래 서해에서 조업하던 어선의 선장이었습니다. 어씨가 중학생 때 일인데요. 중국 어선을 쫓아내던 해경 선박이 풍랑에 휩싸이자 아버지가 그들을 구하러 가서 선박과 함께 실종되었어요. 그때 보상과 예우는커녕 문전박대하던 정부에 원한을 품고 자라났다고 합니다. 이후 비행을 일삼으며 소년원을 들락거리다가 컴퓨터 해킹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죠.
앵커 이런 소년이 자라나 결국 ‘주민증리크스’라는 괴물을 만들었군요.
허문탁 글쎄요. 소년이 괴물을 만든 게 아니라, 전자주민증이 만든 괴물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앵커 5년 전 정부가 강행 실시한 전자주민증 제도가 지옥의 문이었다는 말씀이군요. 시행 초기부터 반발이 적지 않았죠? 장롱에 처박아둘 주민증 때문에 혈세를 낭비하는 게 아니냐? 전자주민증 사용 거부 운동도 벌어졌고요.
허문탁 정부는 그런 일을 미리 예상한 듯 바로 반격을 펼쳤습니다. 각종 관공서와 기업들의 출입 시스템을 전자주민증과 연동하도록 만들고, 운전면허증과 건강보험증도 주민증에 통합시켰죠. 카드회사나 통신사와 협력해 전자주민증을 겸한 신용카드, 휴대전화를 만들어 각종 세제 혜택을 주었고요. 이제 직장에 출퇴근하거나, 자가용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병원에서 진료받거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항상 전자주민증을 들고 다닐 수밖에 없게 되었죠.
앵커 이제는 주민증 없이는 현관을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는데요. 게다가 첫 발급은 무료지만, 분실 뒤 재발급 때에는 고성능 전자칩 등을 이유로 10만원에 가까운 수수료를 내야 하죠. 택시 기사들이 분실된 주민증을 고가로 팔아넘기는 경우도 발생했고요.
허문탁 더 큰 우려는 정부가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되지 않냐 하는 것인데요. 정부는 완벽한 암호화로 그런 일 없다고 했지만, 디도스로 선관위가 뚫리는 판국이니 신뢰를 주긴 어려웠죠. 결국 반대시위가 격화되었는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시위 덕분에 전자주민증의 위력이 드러납니다. 이때 시위 현장에 등장한 것은 물대포와 진압봉이 아니라, 바코드포와 검색봉이었습니다. 시위대 위로 바코드를 식별하는 거대한 봉이 훑고 지나가면 그 사람의 전자주민증을 통해 신분이 바로 드러나게 되는 거죠. 시위 다음날 참석 인원 전체에게 출석요구서가 배달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뜻밖에 경찰 집계 시위 인원이 급증하는 결과가 나타났어요.
허문탁 그러게요. 경찰이 전자주민증으로 시위 인원을 파악하자, 예전 경찰 추산 수치보다 1.5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많이 후려깎았던 것이지요.
대학생 김씨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
앵커 그리고 어산지의 주민증리크스가 등장합니다.
허문탁 어산지는 중국 게임회사를 통해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를 얻은 뒤, 국정원과 전자주민센터 사이트를 해킹했어요. 그리고 이와 연동된 전국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까지 확보했죠. 결과적으로 이 정부가 전자주민증, 인터넷실명제, 첨단 정보기술을 통해 국민의 사생활을 얼마만큼 파악하는지를 알게 된 거죠. 그리고 그 내용을 우리나라와 외교관계가 없는 남태평양 국가의 서버를 통해 공개했습니다. 사이트는 ‘신상털기’ 앱의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주민등록번호란에 유효한 숫자를 입력하면, 1차적으로 그 사람의 이름, 학력, 병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기본 자료들이 뜨게 되죠. 2차부터는 유료화돼 있는데 그 사람의 은행 계좌, 대출 현황, 세금 납부 내역 등 금융 관련 자료가 나오고요. 3차 대금을 지불하면 그 사람의 주민증이 체크된 모든 경로가 일시와 장소별로 나옵니다. 해당 지역에 CCTV가 설치돼 있으면 그 사람의 행동까지 다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앵커 아직 그 내용이 다 공개돼 있는 건 아니죠?
허문탁 기술적으로는 완전 공개 가능하지만, 주요 내용은 어산지 본인의 안전을 위해 인질처럼 잡아두고 있지요. 그러나 무료로 제공되는 1만여 건의 케이스들만으로도 충격적입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전자주민증 사업 관계자들과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무얼 먹었는지, 계산은 누가 했는지 이런 걸 다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이 1인당 20만원짜리 정식을 시키고선 손만 대고 2차를 간 것이 CCTV 화면에 잡혀, ‘다이어트 모임’이냐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몰래 데이트 현장은 물론, 청순파 아이돌이 복도에서 코 파는 장면까지 나와 충격을 더했죠.
앵커 주민증리크스 쪽은 이런 정보들이 기업 쪽에 유출돼왔다는 의혹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된 자료 화면 보시죠.
## 지난 9월 대학생 김수철(가명)씨는 모 커피전문점 화장실에서 나오던 도중, 매니저의 불심검문을 받습니다. “손님, 저희 가게에서는 외부 음식물을 드시면 안 됩니다.” “내가 뭘 먹었다고 그래요?” 매니저는 CCTV 화면으로 화장실로 들어가는 김씨의 모습을 확대해 보여주었습니다. “가방에서 꺼내신 게 초코파이 맞으시죠? ” “아, 그건 초코파이가 아니라, 약이에요. 파이 모양의 관장약이에요.” “관장약을 입으로 드시면 안 되죠?” “입으로 나오게 관장하는 거예요.” “그래서 토하셨나요?” 김씨는 결국 진술서를 쓰고 풀려났는데요. 매니저의 컴퓨터 안에 김씨의 신상이 일목요연하게 저장된 걸 보았답니다. 김씨가 다른 체인점에서 커피 한 잔으로 4시간씩 버티거나 설탕과 휴지를 몰래 가져갔던 걸로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거지요. 심지어 김씨가 기숙사 급식비를 안 내거나 전철 무임승차를 하다 잡힌 내용까지 있었는데, 김씨의 변호인은 사생활 정보가 매매되고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암행어산지, 죽음의 어산지
앵커 어씨가 체포되었지만 우리 정부에서도 신병 처리에 골치를 앓고 있지요?
허문탁 무엇보다도 어씨가 자신이 체포될 때를 대비해, 자동으로 주민증리크스의 모든 내용이 무료로 공개되도록 해놓았다는 점 때문이죠. 그렇게 되면 국민 누구나 다른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김개똥씨가 지난여름에 부산으로 출장간다고 해놓고선 실제로는 해운대 모텔에서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 투숙했다는 것도 밝혀지고요. 주부인 박봉순씨가 지난 토요일 대형마트에서 대게를 5마리나 사갔는데, 공교롭게도 그날 아침 시동생이 고향에 내려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죠.
앵커 어산지!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부패한 권력의 비밀을 밝혀내는 암행어산지, 전자정보화 시대 죽음의 어산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 어산지가 태즈메이니아에서 태형을 맞고 풀려나기를 바라는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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