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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당신의 패는?

이것이 진정한 ‘자유’무역협정이다?
6개월에 한번씩 맞트레이드 카드를 뒤집다
등록 2011-11-17 10:28 수정 2020-05-03 04:26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저희 중계진은 하와이섬에 있는 이어키키 특설 홀에 나와 있습니다. 전 국민적 관심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약이 체결·발효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데요. 조약에 따른 양국 간 맞트레이드 행사가 오늘로 여섯 번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항목들이 교환될지 양국의 관심이 아주 뜨거운데요. 지금부터 시사 해설가 하구연씨와 함께 현장 소식을 생생히 전해드리겠습니다.

» 일러스트 조승연

» 일러스트 조승연

제주와 하와이를 맞바꾼 트레이드

사회 한-미 FTA가 논란 끝에 발효된 뒤 벌써 3년이 흘렀습니다. 체결 당시 야당과 국민의 반대가 극심했지만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FTA가 문자 그대로 양국 간 자유로운 교환의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겠죠?

하구연 돌이켜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요. 당시 우리나라 대통령이 FTA 비준을 설득하려고 미국 의회에서 연설했는데, 그 연설문 작성을 미국 회사에 맡기며 수천만원이나 지급했어요. 그러다 보니 막상 협정안을 한글로 번역할 비용이 부족해진 거죠. 하는 수 없이 협상 대표단은 번역을 자원봉사 대학생에게 맡겼는데요. 이 친구가 시간이 없으니까 인터넷 자동 번역기를 돌렸어요. 그래서 ‘자유 교환 합의’(Free Trade Agreement) 같은 기묘한 문안이 나온 거죠. 밤새워 졸음을 참으며 세부 항목도 대충 짜깁기를 했는데… 다음날 새벽, 여당이 날치기로 협정을 비준하며 이 문안을 통과시켜버렸어요. 나중에 세부 내용을 보고 난리가 났죠. 협상 대표단은 대학생을 족쳤어요. 그러자 대학생은 이걸 무마하려고 미국 의회 컴퓨터를 해킹해 영어판까지 조작해버렸습니다. 그래서 FTA가 무역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양국 간의 물자와 인력을 제한 없이 맞교환하는 협정이 된 거죠.

사회 말씀을 전하는 순간, 양국 대통령이 홀 중앙으로 나와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 카지노 테이블과 유사한 형태인데요. 가운데 유엔에서 파견된 딜러가 서 있고, 양국 대통령이 전자카드를 자기 앞에 내려놓고 있습니다. 이 교환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하구연 이나 같은 트레이딩 카드 게임 방식을 따왔는데요. FTA가 체결된 양쪽 국민은 1명당 1장씩, 자신이 원하는 내용의 교환 카드를 작성합니다. 양쪽 대통령이 그 카드를 모은 뒤 펼쳐놓으면 상대방 국가의 대통령이 한 장씩 내용을 보지 않고 선택하죠. 그 내용에 따라 양국의 물자나 인력을 맞교환하게 됩니다. 6개월에 한 번씩 만나 서로 상대방이 쓴 카드 중에 10장을 뽑는데요. 조약이 비준된 이상 그 내용은 무조건 수용돼야 합니다.

사회 첫 교환 때 우리 대통령이 미국 쪽 카드를 뽑은 것이 ‘미국 소 5만 마리와 한국 소 5만 마리를 맞교환하자’라는 내용이었죠. 국내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광우병 공포가 다시 창궐했죠.

하구연 그래요. 하지만 그 직후 미국 대통령이 뽑은 카드가 더 큰 충격이었죠. 어느 서핑광이 적은 카드였는데요. ‘한국 섬 제주도와 미국 섬 하와이를 맞교환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트레이딩 행사가 벌어지고 있는 하와이가 현재 한국 영토지요. 저도 여권 없이 국내선 비행기로 날아왔습니다.

사회 미국 쪽에서 의외로 이 카드를 순순히 접수했습니다.

하구연 후속 조처도 재빨랐죠. 원래 FTA 직전, 미군 쪽이 제주도의 강정에 해군기지를 지으려고 무리한 공사를 강행해 큰 마찰을 빚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영토가 되자 바로 없던 일로 하고, 그곳을 유네스코 선정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어요. 대신 지금은 하와이에 동북아 안정을 위한 대규모 공군기지를 건설해야 한다고 나서고 있죠.

사회 내 땅은 내 땅, 남의 땅도 내 땅… 이런 일관성을 느낄 수 있군요. 더불어 양 국민의 성격이랄까, 이런 게 카드 내용에도 나타났는데요.

5천원 안약이 9만6천원이 된 사연

하구연 한국인들의 카드가 다소 낭만적인 반면, 미국인들의 카드는 굉장히 실용적이었어요. 가령 부산의 극렬 야구팬이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 10명을 맞교환하자’는 카드를 썼어요. 그래서 이대호 선수가 현재 뉴욕 양키스, 윤석민 선수가 필라델피아에서 뛰고 있고요. 대신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롯데 자이언츠의 주포로, 클리프 리가 기아 타이거즈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사회 ‘갈색 갈매기’로 불리는 로드리게스가 이제 회도 좋아하고 완전 부산 사나이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하구연 반대로 미국 쪽 카드로 나온 게 ‘두 나라의 의료비를 맞교환하자’였습니다. 제가 눈이 안 좋아 계속 눈곱이 끼거든요. 그런데 FTA 이전에 5천원을 주고 사던 안약을 지금은 9만6천원에 사고 있습니다. 그나마 저는 나은 편이에요. ‘다산(多産) 연예인’으로 유명한 김선지씨는 다섯째 아이 하나 출산한 비용이 앞의 네 아이 출산 비용을 합친 것보다 비싸졌다고 하더군요.

사회 ‘슈퍼마켓을 교환하자’는 조건에 따라 미국계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무차별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입해 한국의 중소상인들이 몰락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자유 교환 카드를 제안한 쪽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죠?

하구연 그렇습니다. 미국 보수주의 티파티 회원 중 한 명이 제안한 ‘한국과 미국의 시위 진압 경찰을 교환하자’는 카드가 대표적이죠. 뉴욕 월가 점령 시위 진압에 한국 경찰 부대가 투입돼 물대포를 살포하게 되었는데요. 이때 사용된 물이 1년에 40만 회 이상 수질 검사를 하는 뉴욕시의 깨끗한 수돗물이었던 거죠. 시위대는 오히려 신나서 반나로 춤을 추었고, 물줄기가 햇살을 받아 무지개를 만들자 근처 소호에 있던 게이들이 퍼레이드를 하는 줄 알고 몰려들어 경찰들의 옷을 벗기고 같이 춤추게 되었어요. 티파티 회원은 유독성 최루액까지 교환하자고 주장하지 않은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죠.

사회 이때 이성을 잃은 한국 경찰들이 술집에 들어가 난동을 피우고, 월가의 상징인 황소 불알을 떼내어 굴리는 등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그냥 본국에 송환되는 것으로 처리됐죠?

하구연 공교롭게도 ‘주한미군지위협정’과 동등한 ‘주미한국경찰지위협정’이 맞트레이드됐기 때문이죠. 미국에 파견된 한국 경찰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미국 쪽에서 어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국 경찰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노상 방뇨를 해도, 현 주한미군지위협정처럼 환경범죄 행위자의 처벌과 원상복구 규정이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손쓸 수 없죠.

한-미 대통령도 바꿔보자?

사회 말씀드리는 순간, 한국 대통령이 미국 쪽 데크에서 첫 번째 카드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나올까요? 앗,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시민이 쓴 카드인데요. ‘양국 최악의 범죄자 100명을 맞교환하자’입니다.

하구연 아이고, 미국은 연쇄살인범들의 소굴 아닙니까? 국내 감옥에 이놈들을 수용한다고요? 현재의 수용시설로는 어림없어요. 미국 교도소 시스템을 팔아먹으려는 수작입니다.

사회 안타까운 결과로군요. 그러나 우리 쪽에도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이제 미국 대통령이 우리 카드를 뽑을 차례입니다. 드디어 뽑았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이상합니다. 국민 여러분 기대해주십시오. 굉장한 카드를 뽑았나 봅니다. 미국 대통령이 카드를 유엔 쪽 딜러에게 전합니다. 딜러가 카드를 한국 대통령에게 보여주는군요. 역시나 난감한 표정입니다. 그런데, 앗, 이게 무슨 일인가요? 양쪽 대통령이 자리를 바꿔 앉는데요.

하구연 허허. 카드가 공개됐군요. ‘한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을 서로 맞바꾼다’라네요. 허허, 솔직히 왜 이제야 나왔나 싶습니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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