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곰비 리그, 오늘의 주요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동남 신공항 쟁탈 야구 리그가 다음주부터 포스트 시즌에 돌입합니다. 가덕도 에어쿠션스와 밀양 하남 스왈로즈가 7전4선승제의 최종 대결에 들어간 가운데, 스왈로즈의 새 용병 타자 배리 본즈가 오늘 오후 입국했습니다. 오늘 저녁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쓰레기 매립장 떠넘기기 배구 리그에서는 종로구가 서초구를 풀세트 접전 끝에 따돌렸습니다. 이제 서초구는 리그 최하위로 떨어져 쓰레기 매립장을 지어야 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배구공 날리며 쓰레기 매립장 떠넘기기
MC: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즐거운 주말 밤 보내고 계십니까? 의 MC 서현입니다.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 님비곰비 리그가 가을 포스트 시즌에 접어들어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리그가 정식 출범한 것이 오늘로 3년째 접어들었는데요. 오늘은 지난 리그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보겠습니다. 해설에는 정치스포츠 평론가 허일성 해설위원님입니다.
허 해설: 안녕하십니까? 허일성입니다.
MC: 동남 신공항 유치지는 결국 가덕도와 밀양 하남으로 좁혀졌어요.
허 해설: 그렇습니다. 2011년 입지 평가 방식으로 박빙의 경쟁을 벌이다 둘 다 탈락했는데요. 님비곰비 리그 식으로 바뀐 뒤에도 결국 둘의 경쟁으로 좁혀졌습니다. 열성 팬들의 지지 집회만큼이나 뜨거운 승부가 예상됩니다.
MC: 님비곰비 리그가 3년째 접어들었는데, 정말 출범하기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허 해설: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극심한 지역 이기주의 때문에 공공정책이 전혀 추진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역마다 화장장·쓰레기매립장·장애인시설 등은 못 짓겠다고 시위하면서, KTX역사·공항·정부청사 같은 시설은 서로 유치하겠다고 경쟁을 벌였죠. 유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은 무모한 공약을 남발하고, 정부와 중앙당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MC: 제3자 평가제 같은 방식을 도입해도 결국 나눠먹기 식이라는 비판에 시달렸는데요. 그래서 나온 게 이런 문제를 스포츠 경기를 통해 결정하자는 안이었습니다. 참 놀라운 아이디어인데, 허 위원님께서 님비곰비 리그가 탄생하는 현장에 계셨다고요?
허 해설: 그렇습니다. 제가 KTX 허브 역사 유치 경쟁 설명회에 찬조 연설을 하러 갔을 때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후보가 된 네 군데 시장은 모두 삭발한 채 죽을상이고, 지역 주민들은 패싸움하기 일보 직전이더군요. 눈치만 보던 정부에서는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려고 마음먹었죠. 그때 답답해하던 A 시장이 이러더군요. “그건 그렇고, 시장님들 축구는 좀 하십니까?” 모두들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냐는 듯 쳐다보더군요. “솔직히 여기 있는 사람들 마음 똑같잖습니까? 오늘 떨어지면 전부 역적인데…. 주말에 우리끼리 모여서 축구나 한판 하면서 회포나 풀어봅시다.” 그러자 B 시장이 말하더군요. “허허, 아예 축구 경기로 결정하자고 하시지요.” 잠시 침묵이 돌더니, 시장들이 박장대소를 하더군요.
MC: 그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시장들이 친선경기를 한다고 하고선, 개회사 때 4강 토너먼트로 결정된 우승팀에 KTX 허브 역사를 유치시킨다고 만세 삼창을 했어요. 이어 빗속에서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경기가 벌어졌고, 이에 감동한 지역 주민들이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지요. 이걸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본격적인 님비곰비 리그가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은 ‘님비 현상’에서 나온 건가요? 그러니까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시설을 자기 지역에 두는 걸 반대하는 게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고, 반면 정부기관·산업시설·국책행사를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고 애쓰는 걸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나 임비(YIMBY·Yes In My Back Yard)라고 하는데….
허 해설: 우리말에 ‘곰비임비’가 있습니다.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 뜻하는데요. ‘경사스러운 일이 곰비임비 일어난다’는 식으로 쓰지요. 그걸 사투리로 ‘님비곰비’라고도 하는데, 이 리그를 통해 모든 나랏일이 연이어 술술 풀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게임의 승자가 독식하는 시스템
MC: 세부 리그가 굉장히 많은데, 다루는 사안에 따라 경기 종목도 다르게 적용되지요?
허 해설: 그렇습니다. 쓰레기처리장처럼 서로 미루는 사업은 배구를 합니다. 공을 상대방 네트로 떠넘겨버리면 이기니까요. 신공항 건설은 비행기를 멀리 날려보내는 일이니 야구로 정했습니다. 절묘한 컨트롤로 공을 던지는 능력이나 홈런을 쳐 호쾌하게 공을 날리는 파워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고요.
MC: 님비곰비 리그가 뜻밖의 재원 확보 사업이 되기도 했다고요.
허 해설: 정말 열화와 같은 관중이 모여들었습니다. 웬만한 프로스포츠 저리 가라였죠. 여러 건설업자들이 조직적으로 관중을 동원해서 암표도 구하기 힘든 지경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해졌습니다. 입장권 수익을 승리팀이 모두 가져가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재원으로 쓰게 한 거죠. 말하자면 ‘위너 테이크스 올’(Winner Takes All·승자독식제)이죠. 지난번 경기도 부천시 외곽순환도로 노선 쟁탈 400m 계주대회에서는 시범적으로 장외 도박 베팅이 허용됐는데, 수익금이 도로 설비 기금을 충당하고도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로 전체에 돔을 설치해 우천시에는 천장을 닫도록 했습니다.
MC: 그 ‘천장지구’가 오픈카 데이트 장소로 각광받고 있더군요. 어쨌든 리그 과열 현상이 큰 문제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허 해설: 처음에는 동네 조기축구 수준이었습니다. 해당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로만 팀을 구성하고, 지자체장이 꼭 선수로 출전하게 했죠. 그런데 본격적으로 이권다툼이 되니까, 은퇴한 프로선수를 구청 홍보과 직원으로 고용하는 등 여러 편법이 동원됐습니다. 이런저런 논란이 많았는데, 결국 프로선수 참여를 양성화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죠. 현재는 선수 경력과 상관없이 해당 지자체에 주소를 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게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전 대덕구에 거주하는 축구선수 차불암의 경우에는 대전 공항 유치팀과 대덕구 하수처리장 반대 팀에 소속돼 있습니다.
MC: 아시안게임, 국제 엑스포 유치 등 국가 단위 정책이나 행사의 경우에는 용병을 2명까지 고용할 수 있게 했지요. 아예 리그 쟁탈전부터 해외에 홍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삼으려고요. 그런데 스포츠 실력이 지자체의 이권을 좌지우지하니, 운동선수 출신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대거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허 해설: 씨름선수 출신의 강허둥 의원, 야구선수 출신의 양준학 시장이 대표적이죠. 최근 프로야구 감독직을 그만둔 야성(野星) 김성군 감독이 보궐선거에 도지사로 출마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습니다.
MC: 예전엔 지자체장들이 민생 시찰하면 주로 재래시장을 방문했는데, 요즘은 운동장에서 거의 사신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내일 새벽에 벌어질 일전을 소개해주시지요. 님비곰비 식의 해결법이 국제적으로 적용된 첫 대회인데요.
국제적 이권다툼도 님비곰비로 오케이
허 해설: 그렇습니다. 3시간 뒤면 ‘탄소 배출량 쟁탈 월드 축구대회’가 개막됩니다. 각국의 탄소 배출 허용량을 대회 순위별로 정하게 되는데요. 유럽 지역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들이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미국이 만만찮은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한편, 아시아 지역이 가장 열세를 보이는데요. 자동차 관련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는군요.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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