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 뭐가 있을까?
나는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많은 편이다. 항상 줄이려고 노력하지만 어느 이상은 불가능할 때가 많고, 하나씩 챙기다 보면 또 한없이 늘어나는 게 소지품인 것 같다. 주위 여자들 중엔 나보다 소지품이 많은 이도 많지만, 특히 남자들 중에 가방 없이 맨몸으로 다니는 이도 상당수 있는데, 부럽고 신기할 때가 많다. 뒷주머니에 휴대전화와 지갑(하다못해 지갑도 정말 얇다!) 하나씩 쏙 넣고 어떻게 그렇게 가벼운 몸으로 다닐 수 있는지 신기하다.
지금은 노력해 많이 줄였지만 일단 매일 챙기게 되는 것이 블랙베리와 충전기, 아이팟, 작은 주머니 지갑(현관 카드키, 주 사용 체크카드, 교통카드, 현금, 가족과 친구 사진), 거울 달린 화장품 주머니(립틴트, 블러셔, 립밤)다.
이 정도까지가 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카드지갑(20개는 족히 넘는 각종 멤버십 카드 등), 추가 화장품(립스틱, 아이라이너 등), 책, 수첩과 펜(가끔은 필통째), 선글라스 등이 늘어난다.
몇 년 전, 무전여행을 한 적이 있다. 약 40일간의 국내 여행이었다. 큰 배낭(기억에 70ℓ짜리 등산가방이었다)에 작은 텐트와 쌀과 코펠 등을 모두 짊어지고 입은 옷을 제외한 여벌의 옷 한 벌만 가지고 돌아다녔는데, 처음에는 책도 몇 권 넣고 악기도 가져가고 이런저런 물건들을 목록에 자꾸 넣고 싶었다. 하지만 짐이 무거워 이동이 힘들었고 결국 최소한의 것만 남기고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배웠다. 최소한의 것만 지니고도 살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욕심을 부릴수록 몸이 고생한다는 것을. 에… 그 유명한 법정 스님의 라는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무소유’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 배움을 인생에서 항상 잊지 않고 살아가리라 마음먹었다.
때는 흘러… 현재,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사소한 티켓 하나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에 방은 물건들로 넘쳐흐른다. 추억을 되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기에 기억력이 나쁜 나로서는 함부로 정리하지 못하는데, 그걸 들여다보고 추억을 더듬는 건 아주 가끔이다. 그걸 알면서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자꾸만 지니게 되는 것이다. 외출할 때의 소지품이 그렇다. 안 입는 옷이 그렇다. 안 쓰는 물건들이 그렇다. 나중에 혹시 필요할지 모른다며, 외출해서 필요할지 모른다며 자꾸만 지니게 되는 것이다.
실은 이미 가진 것을 버리는 문제보다는 새로운 물건을 들이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이미 수첩이 많이 있는데 자꾸만 또 사게 되고, 펜이 많이 있는데 또 사고, 반지, 귀걸이, 옷….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를 하라고 만든 지면 같은데 자꾸 반성의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쓸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어쩌면, ‘이것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는 얘기를 하면 되는데 그걸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놓지 못했음을 깨닫고 이리 반성하고 있나 보다.
김꽃비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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