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목사 >장로+대통령

등록 2011-03-03 10:55 수정 2020-05-03 04:26
목사랑 장로랑 누가 더 셀까.

당연히 목사가 세다. 그렇다면 목사랑 대통령이랑 누가 더 셀까. 그래도 목사가 세다. 장로와 대통령의 합체로 파워를 키우면 어떨까. 합체인간 아니라 합체로봇, 트랜스포머 변신로봇으로도 안 된다. 무조건 ‘목사 > 장로+대통령’이다. 한국 사회에서 목사님의 끗발은 장로와 대통령과 국회의원 과반 의석을 합친 것보다 강력하다. 정부·여당의 ‘이슬람 채권법 통과 미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슬람 채권 발행을 통해 중동 자금 좀 당겨 쓰겠다는 MB와 한나라당의 기도는 개신교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MB가 이슬람 채권법을 계속 추진할 경우 하야운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슬람 채권법에 서명한 국회의원을 겨냥해 낙선운동을 곁들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슬람 자금이 들어오면 이슬람 포교도 곧 시작되고,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 목사님의 걱정이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를 통째로 하나님께 바친 MB가 개신교 최고 실력자인 조용기 목사의 무시무시한 하야 발언에 ‘아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사진 한겨레 강재훈 기자

국방부는 사태의 파장을 충분히 검토했을까.

우리 군이 이달 초부터 기구를 이용해 ‘햇반’으로 불리는 즉석밥과 식량·반찬·옷·의약품·학용품·라디오 등이 담긴 바구니를 북한에 날려 보내고 있다. 바구니에 담긴 물품 표면에는 ‘대한민국 국군입니다. 먹어도 안전합니다. 의심스러우면 가축에게 먼저 먹여보고 드셔도 됩니다. 유효기간이 지난 것은 드시지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단다. 하늘에서 눈이나 비, 혹은 우박이 아니라 밥이 떨어지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지만 그래도 허기진 상태에서 햇반을 받아들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하늘에서 떨어진 바구니에 머리를 정통으로 맞았을 경우다. 그야말로 마012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먹어도 안전하다’는 식량 바구니는 과연 맞아도 안전할까. 어쩌면 머리를 강타당한 당사자에게는 대포동 미사일보다 더 충격적일 수 있다. 이런 경우 북한 주민은 우리 국방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까. 국방부는 임상실험을 충분히 해보았을까. 그런데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걱정하는 정부는 먹어도 안전한 햇반을 왜 더 안전한 방법으로 전달하지 않는 걸까. 국방부의 햇반은 식량인가, 무기인가.

인터넷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문화방송 기자는 PC방의 전원을 내렸다. 무리한 취재 방식이 누리꾼의 폭발적인 분노를 샀다. 게임이 아니라 다른 어떤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더라도 예고 없이 정전 사태가 찾아오면 짜증 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다수였다. 아울러 많은 누리꾼이 기사 댓글로 “당신도 뉴스 마감 시간에 맞춰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데 갑자기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 어떻겠느냐”며 따졌다. 내가 아는 기자들은 이런 경우에 화를 잘 내지 않는다. 그만큼 마감 시간을 늦출 수 있는 명분을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2월25일 금요일 오후 2시께 마감 중인 사무실에서 갑자기 모든 전기가 나갔다. 그 누구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편집장 혼자 ‘작성 중이던 기사가 날아간’ 사람을 체크할 뿐이었다. ‘전원 종결자’ 문화방송 기자에게 부탁하고 싶다. PC방에 찾아가서 ‘인터넷 게임 때문에 폭력적으로 변한’ 청소년에게 욕먹지 말고, 내리고 싶을 땐 언제든 을 찾아주시라. 특히 마감 지옥에 빠져 있는 금요일 오후에!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