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뜁니다. 그를 막기 위해 11명의 남자가 덩달아 뜁니다. 사실 뛰는 건지 걷는 건지 모르겠어요. 친선 경기라지만 너무들 합니다. 벤치에서 축구 천재 메시가 답답한 듯 고함을 칩니다. 아, 아닌가요. 네, 하품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남자가 뜁니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합니다. 아, 저건 뭔가요~ ‘쓰레빠’를 신고 있어요. 저 스피드는 정말 야구 선수 이대형, 축구 선수 차두리 저리 가라예요. 정말 빠릅니다. 그런데 “저거 묻어버려!”, 이런 명령이라도 떨어졌나요. 검은 양복 입은 사내들이 죽일 듯한 기세로 그를 쫓습니다. 아, 쓰레빠 용자에게 역부족이에요. ‘쓰레빠’가 웃고 있어요. 질주하던 쓰레빠는 결국 FC바르셀로나 선수를 껴안는 데 성공했어요. 역전골이라도 기록한 표정이에요. 속도가 떨어집니다. 이내 검은 양복이 그에게 헤드록을 걸어 그라운드에 메다꽂습니다. 골을 함께 축하하러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쓰레빠의 팔다리 사지를 하나씩 들고 인신공양 하러 가듯 끌고 갑니다. 끝이네요, 끝. 검은 양복들 표정으로 봐서는 정말 ‘묻어버릴’ 기세던데, 우리 쓰레빠 좀 봐주세요. 부탁입니다.
(*FC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은 실망만 안겨준 채 끝났다. 양팀 선수 모두 하품하며 뛰었다는 후문이 있다. 유일한 볼거리는 쓰레빠 용자의 폭풍질주였다. 쓰레빠가 있어 대한민국 육상의 미래는 밝다.)
“저거 묻어버려!” 평소 하던 대로, 허락받지 않고 묻은 게 화근이 됐다. 가 경기 여주군 이포보에서 4대강 사업 반대 농성 중이던 환경단체 회원의 ‘수박 껍질 불법 매립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사가 되지 않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칭찬했다면 뉴스지만, 가 환경단체를 ‘조졌다’면 그건 어제오늘의 뉴스가 아니다. 환경단체는 억울해한다. 농촌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만드는 순환 방식 그대로 먹다 남은 수박 껍질을 땅에 묻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자신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할 때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던 보수 언론이 수박 껍질 좀 묻었다고 마치 반란의 수괴처럼 취급하는 게 황당하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래도 실정법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다. 환경을 생각해 ‘수박 껍질’을 땅에 묻는 행위도 에는 ‘대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것!
덥다.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무더위 탓에 전력 사용량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으니, 산술적으로도 너무 덥다. 에어컨 사용이 많아질수록 전기요금 올라가니, 경제적으로도 너무 덥다. 물론 폭염이 한국만 찾아온 것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너무 덥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준비로 후끈 달아올랐다. 한나라당은 친서민 포퓰리즘 논쟁 등으로 뜨겁다. 정치적으로도 너무 덥다. 게다가 이번 무더위가 9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때쯤 가면 시기적으로도 너무 덥겠다. 어쨌든 이번 여름은, 덥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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