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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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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중지수] 2.5

등록 2010-03-10 11:09 수정 2020-05-03 04:26

미숙아로 태어난 여자아이는 3개월이 지났지만 2.5kg을 넘지 못했다. 반지하 셋방에 홀로 남겨진 채 배고픔에 울다 지쳐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지난해 9월 어느 날이었다.
그날 엄마와 아빠는 딸 옆에 없었다. 부부는 집 앞 PC방에서 밤을 새우며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었다. 밤을 새우고 돌아온 아침, 부부는 딸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를 본 경찰은 미라 같았다고 했다. 냉장고에서 발견된 반쯤 먹다 남은 젖병에선 악취가 났다.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결혼한 부부는 매일 밤 PC방을 전전했다. 아침에 집으로 돌아와 분유를 한 번 정도 주는 게 끝이었다. 아이가 죽은 뒤 부부는 도망쳤고, 아이 엄마의 친정인 경기 양주에서 5개월 만에 붙잡혔다. 부부가 매일 밤 빠져든 게임은 사이버에서 여자아이를 키우는 온라인 게임이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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