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바람이 분다
검은 것은 죽음이요, 노란 것은 삶이라
봉하에도, 덕수궁에도 색색이 설켜 흐느끼는 만장은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산 듯 죽고, 죽은 듯 사는 2009년 중생을 어루만지네
바람은 분다
북악산 허리를 돌아 청와대 창 두드리면
그렇구나, 그렇지
“애석하고 비통한 일, 예우에 어긋남 없이 모시라”
바람은 바람에 실려 덕수궁은 기어코
“경찰버스가 분향소 주변을 막아 병풍같이 아늑하다”
갈 길 잃은 바람은 묻지 “왜 시청 앞을 병풍으로 막습니까”
한승수 총리 순결한 바람
“소요사태 우려된다면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아, 그는 봉하에서 내쫓기며 소요사태 무례함, 사무치게 알지
“다른 이도 사는데, 당신이 왜 죽어, 당신이 왜 죽어”
이름 없는 노년의 악소리가 봉하를 뒤덮던 날,
누군가는 헛소리가 자꾸 들려 “당신이 왜 살아, 당신이 왜 살아”
60대 할매와 몸싸움하고서 죽네, 사네 드러누웠던 전여옥 의원
“삶이 주는 횡포에서 꿋꿋이 버틴 자, 초라함과 비루함, 구차한 겉모습이 위대한 인간승자” 노래하니
그는 참 위대하네, 그 바람도 위대하네, 그 독설에 찔려도 죽지 않는 민중이 위대하네
그래 살자, 살아, 살아야 한다
아침밥 챙겨먹고, 목이 메이거든 저녁밥 물이라도 말아 삼키고
경복궁서 서울역까지 늘어진 운구 행렬처럼 질기도록 버티어라
북은 배째라 핵실험, 남은 배대라 피에스아이
화물연대 박종태의 쓸쓸한 빈소까지
모두가 걸목 없이 벼랑 끝에 섰을지라도
제발 맥을 놓지 말아, 이 세상 이전투구
눈 크게 뜨고 보자고
바람아 애절하게 불어다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김건희 후원’ 희림건축, 종묘 앞 재개발 520억 수의계약 팀에 포함 [단독] ‘김건희 후원’ 희림건축, 종묘 앞 재개발 520억 수의계약 팀에 포함](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7/17650888462901_20251207501368.jpg)
[단독] ‘김건희 후원’ 희림건축, 종묘 앞 재개발 520억 수의계약 팀에 포함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중국은 잠재적 파트너, 유럽은 문명 소멸”…미, 이익 중심 고립주의 공식화

뜨끈한 온천욕 뒤 막국수 한 그릇, 인생은 아름다워

“쿠팡만 쓴 카드, 14만원 결제 시도 알림 왔어요”…가짜 고객센터 피싱까지

‘갑질’ 의혹 박나래 입건…전 매니저 “상해, 대리처방 심부름”

‘소년범’ 조진웅 은퇴 파문…“해결책 아냐” vs “피해자는 평생 고통”

트럼프가 이겼다…대미 3500억불 투자 손해, 자동차관세 절감 효과 2배
![쿠팡, 갈팡질팡 [그림판] 쿠팡, 갈팡질팡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7/53_17651042890397_20251207502012.jpg)
쿠팡, 갈팡질팡 [그림판]

‘윤어게인’ 숨기고 충북대 총학생회장 당선…아직 ‘반탄’이냐 물었더니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