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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아! 황석영…‘소설’용 발언이었죠?

등록 2009-05-19 10:56 수정 2020-05-03 04:25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12일 오전(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유적지에서 이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하고 있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12일 오전(현지시각)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유적지에서 이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연합

MB는 요구르트?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방문길에 동행했던 소설가 황석영씨. 그가 지난 5월14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중도실용’이며 앞으로의 계획이나 대북관계로 볼 때 전향적으로 열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큰 틀에서 동참하겠다.” 그는 “광주사태가 우리만 있는 줄 알았는데, 영국·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는 발언도 보탰다. 대통령의 외국 순방길에 ‘진보적’ 문인이 동행하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이들은 ‘진보적’ 문인의 멘트에 ‘진짜 충격’을 받았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곧바로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황석영, 개그계 데뷔’란 글을 올렸다. 진 교수는 물었다. “황석영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씨를 ‘부패연대세력’이라고 하더니 부패한 세력이 집권 1년 만에 자연치유되어 싱싱해졌다는 얘긴가요? 아니면 이명박이 ‘부패’한 세력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치즈나 요구르트처럼 ‘발효’한 세력이었다는 얘긴가요?”

친박연대에선 삭발식이 있었다. 5월14일, 친박연대 서청원 공동대표와 김노식·양정례 의원의 징역형이 확정돼서다. 18대 총선 과정에서 ‘공천헌금’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아온 세 사람 결국 모두 의원직을 상실했다. 김노식 의원은 회삿돈을 빼돌려 공천헌금 15억1천만원을 냈고 양정례 의원은 17억원을 냈다. 양 의원의 경우 어머니도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친박연대는 “표적 수사”라는 논평을 냈고 서청원 대표는 “전혀 부끄럽지 않다. 대한민국에 보복정치가 없어져야 한다”며 울먹였다. 친박연대 당사에서는 김종상 경남도당 위원장 등 8명이 삭발을 했다. 지난 총선 당시 급조된 친박연대와 더 급조된 듯한 비례대표들을 보며 “누구…?” 싶었던 상황은 이렇게 끝이 났다.

신록이 푸르른 5월, 정부는 ‘그린’에 ‘올인’이다. 방통위가 ‘폼’나게 ‘그린 IT국가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5월13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서다. 21세기 ‘그린’ 전략에서는 20세기 새마을운동 초록색 모자의 냄새가 난다. 2013년까지 현재보다 10배 빠른 기가(Giga)급 인터넷을 구축한단다. ‘한국은 하드웨어만 강국’이라는 우려에 ‘그럼 하드웨어만 더 강하게’로 맞대응하는, 그런 정부다. 더 빨라진 네트워크 사이로 어떤 콘텐츠가 흘러다닐지, 어떤 소프트웨어를 개발할지는 미지수다.

국토해양부의 화두는 ‘그린벨트’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고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지을 계획이다. 5월11일 발표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는 경기 하남시 미사리를 포함해 서울 강남 세곡과 서초 우면, 경기 고양 원흥지구 등 네 곳(805만6천㎡). 85%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국세청도 ‘그린’을 주목했다. 지난 5월13일 경기 불황을 핑계로 세금을 안 내던 체납자 1269명이 골프 회원권 1747계좌를 보유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건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던 전직 대통령이 매일 골프를 치러 다녔던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역시, 애들 앞에선 기침도 못한다. 아무튼 국세청은 이들 가운데 715명(1072계좌)에게 138억3400만원을 현금 징수하고, 나머지 554명(676계좌)에 대해선 269억6900만원의 채권을 확보했다. 세금을 못 내 속상한 마음을 그린에서 퍼팅하며 풀었을 체납자들. 국세청의 “골프회원권 압류” 통보에 크게 놀라 자진 납세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단다. 역시 ‘그린’에 ‘올인’할 만하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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