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푸드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관계’ 속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다. 소비자 처지에선 내 먹을거리를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앎으로써 그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고, 생산자로선 내가 만든 먹을거리를 누가 얼마나 먹는지 예측하고 제값을 받아 식량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자는 게 바로 로컬푸드 운동이다.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거리를 뜻하는 ‘푸드마일’과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로컬푸드 운동에서 강조되는 건 생산지-소비지 거리가 가까울수록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 맺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 방식도 또 하나의 요소로 더해진다. 김종덕 로컬푸드연구회 회장은 “관행농업(농약과 제초제 등을 사용하는 일반농업)으로 재배된 농산물이나 생산 과정이 알려지지 않은 농산물은 근거리에서 생산됐다 하더라도 로컬푸드라고 보기 어렵다. 지역 환경이나 소비자 건강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핼웨일 지음) 공동번역자인 허남혁 대구대 강사(지리교육)는 “우리 지역산이라는 라벨만 붙여서 판다고 로컬푸드가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확인함으로써 자본주의 아래에서 대상화된 생산-소비 관계에서 먹을거리의 사회·경제·문화·생태적 의미를 되살리자는 게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시작 단계에 불과한 로컬푸드 운동에 손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없을까? 허남혁 강사는 7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첫째, 내가 사는 지역에서 철마다 나는 먹을거리가 어떤 것인지 알아보고 이를 중심으로 식단을 짠다. 둘째, 지역 농민장터에서 장을 본다. 농민장터가 없는 곳에 산다면 이웃 주민과 함께 장터 개설을 추진해본다. 아파트 부녀회나 동사무소·구청 등에 도움을 요청해볼 수도 있다. 셋째, 학교·유치원·회사 등의 단체급식에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가 쓰이는지 알아보고, 그렇지 않다면 이용을 요구한다. 넷째, 생일잔치나 집들이 등에 손님을 초대할 때 지역의 제철 먹을거리로 음식을 대접하고, 로컬푸드 운동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본다. 다섯째, 지역 생협에 가입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의 정보를 알아보고 이웃과 공유한다. 여섯째, 베란다나 옥상 등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직접 재배해본다.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곱째, 대형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이용한다. 대형마트엔 지역 농산물을 취급해달라고 요구하고, 농산물을 고를 땐 어느 지역에서 생산된 것인지 확인해본다.
최근엔 로컬푸드에 기반한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의 ‘팔당올가닉푸드’(031-576-1771)는 지역 농민과 소비자가 출자해 만든 유기농 음식물 전문업체다. 남양주와 하남 등에서 생산된 유기농산물로 반찬을 만들어 판매한다. 또 서울 강남 지역에 ‘달팽이밥상’이란 음식점 두 곳을 열어 지역 농산물로 차린 ‘밥상’을 선보이고 있다.
농민과 소비자가 만든 음식물 전문업체충북 청주의 ‘생명살림 올리’(043-273-8989)는 콩비지 패티로 만든 버거를 판매하는 가게다. 주재료인 콩을 비롯해 양배추, 상추, 양파 등은 모두 청주 인근에서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으로 공급받는다. 충남 서천 ‘성암건강마을두부’(041-952-4155)도 서천에서 재배된 콩으로만 두부를 만들어 지역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판매한다. 학교, 공공기관 등의 단체급식에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대구의 ‘지역먹거리센터’(053-591-5742), 어린이집 등에 지역 농산물을 공급하는 ‘춘천지역 친환경 농산물 유통사업단’(070-8292-6294)은 노동부의 ‘사회적 일자리 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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