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손바닥으로 렌즈 가리기.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나는 사진 취재를 할 때 몸은 바빠도 마음은 건조하다. 현장에서 개인적인 느낌이나 감정을 갖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아마도 대부분의 기자들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흥분을 밖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내 카메라에 다른 이가 손을 댈 때다. 그렇다고 어린아이가 신기해서 만지는 것에도 화를 내는 것은 아니다. 촬영을 방해하려고 다가오는 손에 나는 성을 낸다. 어떤 사건이 생겼을 때 그것에 관련된 사람들은 카메라를 피하고 싶어한다. 그 이유는 자신의 잘못을 알고 부끄럽거나 창피해서일 것이다. 소신이 뚜렷하거나 스스로 무고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굳이 카메라를 피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눈과 발은 아무 감정이 없다. 하지만 간혹 힘으로 카메라를 막으려는 이들이 있다. 이때 알 수 없는 수치심과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험한 말이 나오고 폭력 사태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최근 이런 경우를 당한 때는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은 6월10일 오전이었다. 경찰들은 그 현장을 찍지 못하게 했다. 시내 한복판에 말도 안 되는 큰 구조물을 쌓아놓고 못 본 척하라고 했다. 전경들을 시켜 사진기자들을 쫓아다니며 렌즈를 손으로 막아댔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시민들이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 것은 별일 아니고 기자들이 찍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태도였다. 시민을 우습게 아는 건지 언론이 귀찮은 건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당장 이 순간만 피하자고 하수인을 시켜 카메라를 막고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행동하는 자들의 속이 궁금하다. 잘못했지만 반성도 책임도 없다는 뜻일까? 뭔가 켕기는데 딱히 뭐가 잘못인지 모르는 걸까? 어떤 이유라도 나를 화나게 한다.
박승화 기자 blog.hani.co.kr/eyesh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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