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강 따라 길 따라. (사진/ 한겨레 탁기형 기자)
→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강이 따라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을 질문하신 ‘철학적 관찰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기초부터 풀어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첫째, 원래 강이나 하천을 따라 난 길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마을의 형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마을은 물 가까운 곳에 들어섭니다. 물을 보고 마을을 세운다는 게 맞지요. 문명들도 강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4대문명을 외우면서 4개의 강을 함께 짝지워 외운 것처럼요(유일하게 마야문명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군요). 인간 몸의 수분의 양만큼 문명에 물은 필수적입니다. 먹고 마시고 씻고 인간다움을 영위할 기초공간을 제공하니까요. 그러니 마을의 주거시설(집)에서 강으로 접근하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하겠지요. 그런데 A집에서 강을 향해 길을 내고, B집에서 강을 향해 길을 내는 것보다는 길 하나를 강가를 따라 내고 그 길을 향해 마을에서 길을 내는 것이 강을 잘 이용하는 방법이겠지요.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 강을 최대한 이용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해보면 강을 따라 난 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가 ‘생계 수단’으로서의 길입니다. 이 길들은 이어져 다른 마을의 길로 연결됩니다. 자연스럽게 ‘이동 수단’으로서의 길이 만들어집니다. 신정일 황토현문화연구소장은 이에 대해 “매우 당연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한강·낙동강·금강 등 우리나라 10대 강을 도보로 답사한 신 소장은 “강 상류에서부터 걸어 내려오다 보면 강이나 내를 따라 난 길을 수도 없이 만난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길을 이용해 이웃 마을에도 가고 대처로 나가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두 번째는 도시공학 또는 교통계획 측면입니다. 도로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보다는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도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경우 도로를 만들 여유 공간을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찾더라도 시설물을 철거해야 하고 많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주민들과의 마찰이 빚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하천 부지는 이런 어려움들의 상당 부분을 해소해줍니다. 우선 도로 매입 비용이 거의 없습니다. 철거할 시설물도 별로 없고, 도로 건설로 인해 쫓겨나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 조준행 책임연구원은 “대도시에서 여유 부지를 찾다 보니 하천 옆에 큰 도로가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며 “서울 올림픽도로처럼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는 외국 도시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하천을 따라 들어선 도로는 구불구불한 것은 둘째치고라도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한가함과 자연스러움이 배어나야 할 물가에 씽씽 달려대는 자동차라니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찾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자동차에 내준 셈이지요. 결과론적이지만 도시계획을 잘해 미리미리 도로를 잘 만들어놓고 하천 부지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만 사용하도록 했다면 좋지 않았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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