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에서 이루어진 특목고·자사고 설립은 고교 평준화 정책을 반쯤 무력화했고 치열한 입시경쟁을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확장시켰다. 임박한 국제중 개교는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입시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아동의 인격, 재능 및 정신적·신체적 능력의 최대한의 계발”을 위한 조처를 시행하라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두 차례 권고에 대한 반향은 없다.
현재 대학입시 철폐와 대학 평준화를 위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바, 이 운동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문제의식만큼은 진지하게 수용해야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아동과 청소년을 입시지옥에 던져놓을 것인가. 내신·수능·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사교육을 받아야 할 과목 수와 치러야 할 비용, 그리고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고통을 늘려놓았을 뿐이다. 입시제도 개혁은 이 트라이앵글을 깨뜨려 학생의 부담을 줄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선도할 지식을 가진 인재는 현재와 같은 교육제도에서는 배출되기 어렵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아인슈타인과 빌 게이츠가 객관식 문제풀이에 지쳐 나가떨어지고 있다.
한편 국가와 사회는 저소득층, 장애인, 이주노동자, 탈북자 등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수는 약 20만 명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다. 교육 문제가 온통 대학입시 위주로 짜이다 보니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열등생’ 취급을 받으며, 이들이 받는 현장실습은 왕왕 노동착취의 모습을 드러낸다. 취약계층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공교육 강화 계획을 수립하라는 유엔사회권규약위원회의 권고는 ‘교육 경쟁력 강화’라는 구호 속에 묻혀버린 지 오래다.
학생의 인권 보장, 사교육 부담 경감, 창조적 인재 양성 등을 위해 현행 교육제도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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