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선(가운데)양이 ‘목소리’ 친구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찾아주세요!”
매달 넷쨋주 토요일, 서울 명동은 책가방 대신 피켓과 전단지를 든 고등학생 여덟 명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지난해 10월,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만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찾는 목소리’(이하 목소리) 모임이 캠페인 활동을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약 30명의 고등학생들이 가입한 ‘목소리’는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만든 모임이다.
집이 인천 남동공단 근처여서 어려서부터 명절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을 볼 기회가 많았다. 설 연휴에 가족끼리 행복하게 차를 타고 지나가던 텅 빈 거리에서 라면 한 봉지 들고 쓸쓸히 걸어가는 이주노동자들을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그들의 인권을 생각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참가한 인권포럼은 그 생각을 더 구체화했다. 고등학생이 법안을 바꾸거나 정부 정책을 개선할 순 없더라도 사람들의 인식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목소리’의 시작이었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약 40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살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실태를 아예 모르고 있거나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같은 외국인이어도 피부색이 하얀 외국인은 막연히 동경하고 우리보다 피부색이 짙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차별하고 무시하고 내려다본다. 그래서 우리 모임의 이름도 ‘목소리’다. 우리의 목소리를 통해, 지금은 잘 들리지 않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달라는 뜻이다.
처음엔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소 봉사활동과 이주노동자를 위한 동아리 신문 발간이다.
무료 진료소에서 나는 약국 안내 담당이다. 그곳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은 다리를 절고,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한결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무료 진료소이기 때문에 고작 약 봉투와 격려의 말 한마디밖에 건네지 못하지만, 그 약 봉투 하나를 들고 가면서도 연방 서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얼마 전엔 교내 동아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신문의 창간호를 발간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컴퓨터도 잘 못하고 신문도 읽을 수 없다는 소식을 듣고 결정한 일이었다. 몇 개 나라를 정해서 그 나라 주요 뉴스를 쉬운 한국말과 그 나라 언어로 쓰고, 각종 이주노동자 행사 소식 등을 실었다. 별것 아니지만 고맙게 받고 즐거워하는 분들을 보면서 더 알찬 내용을 전해야지, 하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된다.
얼마 전 사람들로 북적이는 패스트푸드점에 간 적이 있었다. 한데 딱 한 자리에만 아무도 앉지 않았다. 얼른 자리로 뛰어가보니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옆자리에 이주노동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얼른 가방을 놓고 그분들과 몇 마디 어색한 대화를 나눈 것이 기억난다.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고통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건 거리낌 없이 옆자리에 앉아줄 수 있는 마음과 관심이 아닐까.
오지선 대원외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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