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만 강조하다 보니 교권은 온데간데없다.” “선생은 가해자고 학생만 피해자냐. 왜 학생들 인권만 얘기하느냐, 아이들로부터 폭행당하는 교사도 있다.”
9월23일 경기도 교육연수원장. 안경환 국가인권위원장이 경기 지역 중·고교 교장 150여 명을 대상으로 ‘학교에서의 인권교육의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강의가 끝나자 터져 나온 의견들이다. 교장 선생님들의 반응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최근 학내 인권 문제가 잇달아 제기되는 데 대해 맺혀 있던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요즘 여기저기에서 회자되는 인권, 이른바 그 ‘대세’에 역행할 마음은 없지만, 한평생 교육계에 몸담아온 이들로서는 한마디로 좀 “억울하다”는 말씀인 셈이다.
경기 지역 중·고교 교장 150여 명에게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강의한 날
왜 교사를 택했던가.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했고 군사부일체라고도 했다. 그렇게 어려운 존재가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이 옛날처럼 자신들을 존경하길 바라진 않지만 그래도 ‘선생님답게는’ 대우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 미풍양속(?)의 시대는 이제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인다. ‘학교라는 19세기 감옥에 갇힌 21세기 아이들’이라고 자신들을 표현하는 학생들은 30년 전과 다름없이 머리 길이를 단속하고, 체벌과 학교폭력이 용인되며, 성적에 따른 차별이 일상화한 학교가 “후지다”고 거침없이 말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에 개선사항으로 권고한 “학생의 시민권과 정치권 보장”이라는 ‘문자’까지 써가면서 학교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학교의 장(長)인 교장 선생님들은 그저 ‘억’ 소리만 날 수밖에.
광고
이날 이뤄진 강의는 학교 현장에서 인권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교사에게서 학생으로 가는 일방향적인 학교교육의 흐름을 쌍방향적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문하는 내용이었다. 중간에는 애니메이션 가 상영됐다. 학생들이 입시 말고 다른 분야에는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학교와 학원 등 교육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었다.
학교 현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교장의 몫이 무엇보다 크다. 지난여름, 국가인권위가 주최한 ‘교원 인권감수성 교육’에서 만난 어떤 선생님은 한 달째 교장 선생님을 설득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학칙에 교장 선생님이 반기를 들었기 때문. 그는 학교장의 교육 관점이 민주적 학교 운영에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를 누차 강조했다.
한 수학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권교육은 어렵다. 내 과목은 사회나 도덕이 아니다.” 그러자 또 다른 수학 교사가 이렇게 말했다. “피타고라스 정리를 인권적으로 가르칠 순 없어도 수학 문제를 못 풀었다고 때리지 않을 순 있다.” 이렇게 하면 쉬워진다. 교장의 ‘인권 친화적’ 학교 경영, 생각만 살짝 바꾸면 어렵지 않다는 말씀이다. 교장 선생님들! 자 어깨 힘 빼시고 ‘대세’를 즐기세요~.
김민아 국가인권위원회 학교교육팀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지리산 천왕봉 향하는 불…방어선 뚫리면 오늘 3시간 내 덮친다
산 정상에 기름을 통째 콸콸…경찰, 화성 태행산 용의자 추적
윤석열 파면 60%·정권교체 53%…중도 70% “탄핵 찬성” [갤럽]
국난의 연속인 이 와중에도… [그림판]
[영상] 이재명 “국힘, 산불대응에 예산 4조8700억 두고 왜 안 쓰나”
산불현장 간 이재명 ‘대장동 재판 증인’ 불출석에 과태료 추가
[단독] ‘내란’ 김용현, 군인연금 월 540만원 받고 있다
윤석열 탄핵 4월로…헌재, 국민에게 이유라도 설명하라 [뉴스뷰리핑]
영남 산불 8일째, 서울 면적 79% 태우고도 아직 확산 중 [영상]
북한, 개성공단 송전탑에 대남 감시카메라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