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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왼쪽은 오른쪽이고 오른쪽은 왼쪽이다

등록 2008-07-23 00:00 수정 2020-05-02 04:25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성철 스님이 말씀하셨다. 그의 말씀을 다른 식으로 반복해본다. 왼쪽은 왼쪽이고 오른쪽은 오른쪽이다.

두 명이 나란히 서서 갔다. A는 왼쪽에, B는 오른쪽에 걸어갔다. A가 B에게 왼쪽을 가리키며 내 왼쪽에 있는 건물을 좀 보라고 말했다. B는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건물을 보았다. “12층 건물이네”라고 말했다. B는 오른쪽을 가리키며 내 오른쪽에 있는 저 가게 좀 보라고 말했다. A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가게를 보았다. “꽃가게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화두도 있다. 왼쪽은 오른쪽이고 오른쪽은 왼쪽이다.

두 명이 나란히 서서 갔다. A는 왼쪽에, B는 오른쪽에 걸어갔다. A는 저기 오른쪽에 저 돌 튀어나온 것 좀 보라고 말했다. B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지만 튀어나온 돌은 없었다. B는 걸어가다가 앞으로 거꾸러졌다. B는 평소 다정하던 A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B가 조금 가다 보니 왼쪽에 돌이 있었다. A에게 왼쪽에 돌이 있다며 조심하라고 경고를 해주었다. A는 그 돌에 걸려 넘어졌다.

한국의 독도가 있는 동해는 일본의 서쪽에 있다. 일본의 서쪽에 있는 일본해는 한국의 바다이기도 하다. ‘동해’라고 칭하는 것과 ‘일본해’라고 칭하는 둘은 똑같은 바다다(사실 엄밀히 말해 ‘바다’도 아니다). 한국의 네티즌은 ‘Sea of Japan’이라고 적힌 지도를 찾아 타격하고, 일본의 네티즌은 ‘East Sea’라고 적힌 지도를 찾아 타격한다. 한국에 면한 바다를 ‘일본해’라고 부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서해에 있는 바다를 동해라고 일컫는 것 또한 어리둥절한 일이다.

가수 김장훈과 반크는 에 ‘독도와 동해는 우리 땅’이라는 광고를 냈다. ‘당신은 알고 계십니까’라는 큰 제목에 “지난 2천 년 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동해’로 불려왔고, 동해에 위치한 ‘독도’는 한국의 영토이다…”고 적었다. 이 내용을 전하며 어떤 신문들은 ‘독도와 동해가 우리 땅’임을 알리는 광고를 실었노라고 적었다. 동해는 ‘땅’이 아니다. 그리고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적어도 ‘독도는 한국 땅’이다. ‘독도는 우리 땅.’ 한글로 된 이 문장을 보는 사람은 외국인도 있고 이주노동자도 있다. 타이 국왕에 분노하고 여름 날씨가 습해지면 기분 좋아지는 한국의 ‘범타이 국민’도 있으며 노후를 싱가포르에서 살 꿈에 부푼 일본 할아버지도 있다.

A와 B를 아는 C가 둘을 부르며 달려왔다. C는 둘 사이로 들어가며 반가운 마음에 손 좀 줘봐라고 말했다. A는 오른손을, B는 왼손을 C에게 건네주었다. 오른손은 왼손과, 왼손은 오른손과 사이좋게 나란히 갔다. 나란히 걸어가는데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 손을 잡고 가는 것은 웃긴 짓이다. 그냥 손을 잡는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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