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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 광우병 괴담

등록 2008-05-16 00:00 수정 2020-05-03 04:25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광우병 괴담’이 떠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밌는 이야기를 찾는 수상한 태도’로 수배에 나섰다. 10대가 아닌지라 문자나 메일을 보내오는 이도 없었으니 의지할 바는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었다. 메일은 이런 내용이라고 한다.

“광우병 소 0.01g으로 사람 죽습니다. 그런 소가 3일 부산항으로 들어왔습니다. 최대한 알려요.”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카피라이터’ 같은 자세로 묶어낸 정도여서 실망감 급습.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한국인은 유전자 구조가 광우병에 취약해 인구의 95%가 발병 가능성이 있다”. ‘팩트’에 입각한 사실 보도형 문자를 보며 학생들의 창발력 부족을 개탄.

“농부 한 명이 광우병으로 죽었다.” 이것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생략한 ‘준사실 보도형’ 문자로 보인다. 한 축산농가의 농민이 정부의 쇠고기 수입 사실을 듣고는 자살했다. 그 뒤 또 한 명의 농민도 자살했다고 한다. 다음이 더 맞겠다. “농부 두 명이 광우병 소 때문에 죽었다.”

“광우병 학생시위-5월17일 전국 모든 중·고등학교 학생들 단체 휴교 시위. 문자 돌려주세요.” 이것도 괴담이면 “어디서 만나”도 괴담이 될 판이다. 이런 메일과 문자를 ‘괴담’이라고 부르는 것이 ‘괴담’ 아닌가.

‘괴담 독려’를 위해 어렵게 어딘가에 꽁꽁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 퍼왔다.

“한 마을에 신혼부부가 이사를 왔다. 이사를 와서 떡도 안 돌렸을 뿐만 아니라 왕래도 없었다. 특히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얻지 못한 이유가 있었으니, 고기 굽는 냄새를 자주 피웠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은 ‘쇠고기’와 관련한 말만 들어도 구역질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기 냄새가 뜸해진 즈음, 이장이 ‘그래도 이웃사촌’이라며 그곳을 방문하고 오라고 젊은이 두 명을 지정했다. ‘이장님이 가시지’ 말은 못하고 입을 삐죽이며 간 젊은이들. 집이 가까워오자 신혼부부가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앗, 머리, 고기(거기) 조심해.’ 우당탕 소리. ‘등심같이. 거기서 넘어지냐.’ ‘안심해. 아무렇지도 않아. 거기 내 장지갑 좀 집어줘.’ 원정대는 구역질을 하며 최대한 빨리 그 집을 벗어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렸다. 결정적 단어는 다음과 같았다. ‘아, 넘어지면서 쇠골(쇄골)에 부딪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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