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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넌센스] 30살에 국회의원이 되는 법

등록 2008-04-17 00:00 수정 2020-05-02 04:25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최악의 투표율을 보인 4·9 총선 뒤, 보수가 득세한 선거 결과에 불만 많은 이들을 자주 본다. 그렇다고 “투표를 안 한 바보들 때문에 참여민주주의의 꽃을 망쳤다”고 얘기해선 안 된다. 그러면 당신은 ‘말만 잘하고 일은 안 하는 진보주의자’로 낙인찍힌다. 투표를 안 한 분들께도 ‘실용주의’로 접근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해봤어?” 어법으로 살짝 웃으며 물어보자. “당신, 투표했어?” 하지만 진짜 화를 내면 안 된다. 웃으면서 화를 내는 ‘척’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생활을 잘할 수 있다. 이게 실용이다. 질문받는 사람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투표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체 유권자 3700만 명 가운데 1700만 명만이 점복자(卜) 도장을 찍었다. 46%. 잠정 집계된 18대 총선 투표율이다. 역대 최저란다. 단, 일 때문에 하고 싶어도 투표를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 같은 이들에게는 그렇게 물어서는 안 된다.

서른살 나이에 국회의원 되는 방법. 77년생, 만 30살.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양정례 당선자. 이번 총선이 낳은 최연소 의원이다. 친박연대에선 양씨의 박사모 여성회장 경력을 내세웠다. 하지만 박사모 쪽은 여성회장이 없다고 했다. 그러자 양씨 쪽은 “박근혜 좋아하면 박사모 아니냐”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애초 양씨의 어머니 김순애씨가 비례대표 1번을 받을 예정이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심사 과정에서 어떤 결점이 발견돼 공천을 줄 수 없게 되자 양씨가 대타로 선발됐다는 것이다. 김씨에게 무슨 전과라도 있었다는 것인가? 비례대표 공천을 주도한 서청원 대표가 진실을 말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여하튼 양씨가 공천을 받은 이유는 두 가지로 유추해볼 수 있다. 하나는 친박연대에서 말하듯 “뒤에서 조용히 박 전 대표를 따르고 도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하나는 확인되지 않는 ‘특별당비설’이다. 하지만 친박연대가 사당(私黨)이 아닌 공당이라면 당연히 첫 번째 유추가 맞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를 정도로 그저 열심히만 하면 서른살에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떼어먹히지 않는 방법. 2천억원에 가까운 돈을 스스로 토해낸 분이 계시다. 떼어먹을 수도 있는 돈이었지만 그는 용기 있게 자신의 돈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용철 변호사처럼 양심고백을 했다. 20년 만이다. 주인공은 현명관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전 삼성물산 회장). 현 위원장은 자신의 이름으로 갖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 28만 주의 실소유주가 이건희 삼성 회장이라고 밝혔다. 주당 70만원으로 치면 2천억원에 이른다. 이런 거금을 포기하게 한 힘은 무엇일까? 돈 주인의 초탈한 마음가짐이다. 이 회장은 공식적으로 이 주식이 자신의 것이라고 말하지 않고 있다. 돈에 대한 초연함이 보통 사람은 감히 따라 하지 못할 경지다. 이게 바로 돈을 떼이지 않는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언어유희의 달인인 움베르토 에코의 글을 패러디하지 않았음을 웃으면서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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